천국의 하모니카
2008.07.20 00:50 댓글쓰기
지난해 여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된 하모니카 부는 할아버지를 기억하는가.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부족한 사람, 지금 가슴 한구석이 시린 사람, 행복이 뭘까 질문하는 사람, 정말 의미 있게 사는 게 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소록도 할배, 할매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천국의 하모니카’가 그것.

서울의대를 졸업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뒤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혈액종양내과를 전공하고 있는 저자 김범석 전문의는 공중보건의가 된 후에 자원해서 1년간 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며 한센병 환자들을 진료했다.

이 책은 저자가 소록도에서 환자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청년의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지난 1년간의 이야기를 모은 것.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삶을 꿈꾸던 저자는 1년 동안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소록도에서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웠다는 그는 “한때는 멸시받아, 이제는 잊혀 더 슬픈 우리 이웃들의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천국의 하모니카’를 비롯한 36편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삶이 뭔지, 사랑이 뭔지 진지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들려준다.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차마 남편과 헤어질 수 없어 스스로 병에 걸렸다 속여 소록도에 들어온 할머니.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피붙이보다 더 살갑게 정을 나누는 모자. 병에 걸린 아들을 찾아 소록도에 들어와 숨어 산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시신을 차마 섬에 모실 수 없어 소록도에서는 시체를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규칙을 처음으로 어긴 아들.

누구에게나 삶은 버거울 수 있고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만큼이나 고민도 있다는 저자는 “그러나 소록도에 사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며 “단순히 그들의 삶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낫잖아’라는 자기만족의 도구나 위안거리로 삼으라는 뜻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내 삶을 조금 더 값지게 만들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시인이자 우석대 안도현 교수는 “의사가 쓴 화려하지 않은 문장이 미사여구가 동원된 어떤 글보다도 감동적이었다. 이는 인간의 진실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었다”며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는데 이 책은 감성적으로 그것을 확인시켜줬다” 고 말했다.

신현림 시인도 “소록도 얘기지만 세상이란 큰 섬에 사는 우리 모두의 얘기다. 이야기의 거울을 내게 비춰본다”며 “잃어버리고 되찾아야 할 것이 뭔지 아주 인간적인 의사의 생생한 체험으로 깨닫는다. 숙연해지도록 슬픈 이야기지만 아름답고, 또 인간이 과연 무엇으로 사느냐 하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준 멋진 책이다”며 깊은 신뢰와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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