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범죄 취급, 평생 걸어왔는데 모욕감 느껴'
산부인과학회 의료분쟁조정법 TFT 위원장 김암 교수 '보상 비율이 문제 아니다'
2013.04.14 20:00 댓글쓰기

"서울아산병원도 7명의 전공의 중 6명이 중도하차하면서 올해 단, 한명의 전공의만이 산부인과 전문의 길을 선택했다. 불합리한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의료분쟁조정법 TFT위원장인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암 교수

[사진]는 15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산부인과 기피에 이어 분만을 그만두는 의사가 속출하고 있는데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정책이 연이어 시행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분만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범죄'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긍심은 커녕 모욕감만 느끼고 있다는 한숨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그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시행에 대해 "보상 재원 비율이 7(정부 부담):3(의료기관 부담)이든 9:1이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비율이 문제가 아니다. 이유가 없는 제도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직접 돈 안내는 교수들이 왜 이렇게 강력 반발하겠나"

 

재원은 반드시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암 교수는 "의료사고 보상 재원 마련에 있어 설득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강제적으로 거둬가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직접 돈을 내는 것이 아님에도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평생을 이 길을 걸어왔는데 자존심의 문제"라면서 "분만을 할 의사인 당신은 앞으로 잘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돈을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씁쓸해 했다.

 

사실 1954년생인 김암 교수는 50세가 되면 분만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후학 양성을 위해 매진할 예정이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분만장을 폐쇄하는 병원이 속출하면서 서울아산병원으로 분만이 집중되다보니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암 교수는 "빅5가 아니라 빅10이라도 왜곡된 정책이 추진된다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며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말이 대변하듯 의사와 환자 사이 불신감은 최고조에 달하는데 이것이 과연 의사들의 잘못인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정부측이 불가항력 보상제도 자체를 아예 원점으로 돌리는 방향을 고려하겠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개최된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방안,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폐지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암 교수는 "이 자체가 정부에서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대불금, 감정부 구성 등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다 보니 이런 발상을 내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산부인과 의사들은 그 동안 의료기관이 배상금을 내지 못할 경우 이를 대불하기 위해 보험 형식으로 돈을 내는 '손해배상 대불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김암 교수는 실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달라고 간청했다.

 

김암 교수는 "결국 피해는 애꿎은 환자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저출산, 고위험 임신이 더 많아지고 모성사망률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엇이 먼저인지 신중한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의 포괄수가제는 중증도에 대한 분류가 심각하게 부실한 상태여서 상급종합병원까지 당연 적용할 경우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에 대한 진료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무리한 발상과 성급한 정책 추진은 고위험 환자군 진료를 더욱 꺼리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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