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과잉을 우려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공급을 줄이기 위한 첫 단계로 ‘정원 외 입학’ 감축에 나선다.
강정훈 대한치과의사협회 치무이사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치과의사 인력수급 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정훈 이사에 따르면, 치협과 한국치과대학장·치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는 자율적으로 정원 외 입학 비율을 현 10%에서 5%로 감축하기로 올해 4월 합의했다.
현재 관련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자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치과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원 외 입학자 증가로 치과의사 수가 증가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2017년부터 11개 대학 중 치과대학 체제로 운영하는 8개 대학은 입학생 510명에 대한 정원 외 입학이 가능해진다. 정원 외 입학의 경우 총 정원 외 입학 정원에 대한 규제가 없어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는 판단이다.
추가적으로 치협은 해외 치과대학 출신 면허자 관리 강화를 제안했다.
현재 해외치과대학의 경우 보건복지부 지침에 의거해 국시원이 심사해 인정하고 있는데, 한번 인정될 경우 재심사 없이 무기한 연장되고 있다.
지난 15년 간 우리나라 치과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한 해외치과대학 출신자는 1031명으로 이 중 203명이 합격했다. 우리나라가 응시자격을 주고 있는 해외치과대학은 12개국 95개 치과대학이다.
강 치무이사는 “우리나라 학생이 해외에 나가 치과대학을 다닌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 대한 수요 파악이 안되고 질 관리의 문제가 예상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정원 외 입학 감축과 해외면허자의 관리 방안에 대한 단기적 접근을 우선과제로 삼아 외부적 요인을 제한”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적정수급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와 치과계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한다”고 밝혔다.
“인력 공급 과잉은 의료영리화로 이어질 것”
치과계가 치과의사 공급을 줄이기 위해 나선 것은 치과의사 과잉이 치과시장이 영리화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OECD 평균 인구 1000명 당 치과의사 수는 0.969명이나 한국은 0.54명으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OECD 자료기준 인구 1000명 당 의료인력 증가율 역시 치과의사는 10.8%로 OECD 평균 1.3%에 비해 매우 큰 수준이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2015~2030’에서 치과의사는 2030년 1810~2968명 과잉이 예상된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치과계와 시민단체는 한 목소리로 치과 간 경쟁 과열로 인한 영리화, 그에 따른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를 다음 수순으로 점쳤다.
이재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장은 “의료 인력의 공급과잉은 허위광고나 환자 유인행위를 포함한 비정상적인 경쟁의 증가, 이에 따른 과잉 진료 등의 부적절한 의료행위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 의료비 부담만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치과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네트워크 치과 등은 선진화된 의료경영의 한 단면이 아니라 이윤추구의 극대화가 의료기관의 일차적 목표가 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 역시 “병원이 없는 빌딩을 찾아볼 수 없다. 병원이 너무 많다보니 마케팅을 안 할 수 없고 의료가 상업화될 수 밖에 없다”며 “의료 질 향상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부, 치과계 제안 받아들이면서도 정원 감축 ‘신중’
복지부와 교육부는 정원 축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권혜나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국시원의 외국대학심사제도의 질적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현재 복지부도 살펴보는 중”이라면서도 정원 감축에 대해서는 “2017년까지 동결 기조다. 2018년 정원 산정 시 오늘 논의들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가 치과의사의 과잉을 예측하고 있지만, 과거 데이터를 사용한 것이고 정책 변화, 해외 진출과 유입 등 변수 반영이 안돼있어 보다 세밀한 추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치과의사의 빠른 증가에 대해서는 “속도는 빠르지만 그럼에도 OECD 평균 대비 아직 치과의사 수가 적은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정원 증감축과 관련해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과 국민들의 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찬호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서기관은 “치과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계자와 수요자가 동의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인력수급 전망만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국민건강 측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