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트라우마···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자보'
"의료기관 자료 심평원 전송, 심사 증가→무차별 삭감→진료 축소"
2022.11.29 06:30 댓글쓰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요구하는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가운데서도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결국에는 자동차보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국회토론회가 개최됐을 당시 일부 언론은 대한의사협회에서 '조건부 찬성'이라는 뉘앙스를 보였다며 관련 법 개정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하지만 의협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참석한 의협 패널 토론자는 기존에도 이미 민간 핀테크 업체를 통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할 필요가 없음을 밝힌 것"이라며 "조건부 찬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강제화 법 개정 추진은 국민이나 의료인 입장은 완전 무시한 채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보험사들 이익만을 대변하는 잘못된 보험업법 개정 추진으로 이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특히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업무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자칫 자동차보험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대한의원협회 유환욱 회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허울만 간소화일 뿐, 결국 의료기관 자료가 심평원에 전송돼 심사와 무차별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보험사들 계략과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도 "자동차보험 심사가 심평원으로 넘어가면서 의사들이 진료를 소극적으로 했듯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비슷한 결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보험 영역에서 한방 분야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보위원회에 따르면 첩약의 경우 2014년 747억에서 2019년 2316억원으로 약 210% 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또 다인 병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1인실에만 입원시키며 진료비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최근 국토부는 상급병실료의 기준을 변경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한의과 진료비가 의과 진료비를 초월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자보위원회는 이를 의과 진료 축소에 따른 반사효과로 보고 있다.


자보 심사가 심평원으로 이관된 후 심사가 엄격해진 의과에서는 진료가 축소됐고, 반면 형평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한의과 진료가 급증해 결과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증가세를 낳았다는 것이다.


결국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업무를 심평원이 중계할 경우 자보 영역처럼 의과 진료 위축으로 기운다는 해석이다. 


이태연 위원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곧 심사 조정 간소화와 삭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과 같은 결과를 맞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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