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간호사들 한탄···'폭언·폭행·성희롱 다반사'
'의사들은 사회적 이슈라도 되지만···', 간협·서울시간호사회 '적극 대처'
2018.07.10 06: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사 폭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들 역시 응급실의 폭언, 폭행 문제가 근절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전북 익산시의 한 병원에서 술을 마시고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응급의학과 과장에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는 뇌진탕, 경추부 염좌, 비골 골절 및 치아 골절 등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간호사들은 "응급실 내 폭언, 폭행 에서 간호사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간호사가 당하는 폭언, 폭행 사례는 이슈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극한 상황 곳곳에서 간호사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A씨는 "백화점 등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자들 중에서 폭언, 폭행을 당하고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직종은 간호사가 유일하지 않겠냐"라며 "의사가 폭행 당했을 때와 달리 간호사가 폭언, 폭행을 당하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 어렵다. 응급실은 폭행, 폭언, 성희롱이 비일비재한 곳이다. 의료기관 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생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라고 털어놨다.


경기도 소재 종합병원 간호사 B씨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어떤 일을 겪고도 초연해야 한다"라면서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민원을 제기하면 쉬쉬하게 된다. 병원 이미지 때문에 쉬쉬하게 된다. 간호사 본인의 멘탈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여성이 대다수인 만큼 폭언, 폭행 뿐 아니라 성희롱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2월 발표한 간호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5%에 이르는 간호사가 욕설, 모욕적 언사, 반말, 험담, 무시, 비하 등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가 함께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7275명 중 지난 12개월 동안 병원에서 성희롱 또는 성폭행을 당한 적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18.9%나 됐다. 이들 중 59.1%는 "가해자가 환자"라고 답했다.


간호사 단체에서는 이같이 극한 상황에 놓인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방편을 마련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폭언과 폭행에 노출된 사례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간호사들은 응급 환자들을 처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응급실에는 간호조무사가 근무하지 않는다. 환자와 보호자를 대면하는 역할은 전부 간호사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실제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은 병원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병원이 이미지 때문에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폭언, 폭행을 당했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회원들이 협회쪽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협회는 변호사가 전담으로 맡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간호사회 역시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 마련을 계획중이다.


서울시간호사회 박인숙 회장은 "응급실은 생과 사가 오가는 급박한 곳"이라며 "간혹 과격한 환자와 보호자들이 있다. 병원 차원에서도 대처하겠지만 서울시간호사회 역시 회원들을 위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단순히 민원을 받는 것을 넘어 회원들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회원들에게 법적인 문제 해결, 심리적 상담 등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중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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