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스스로 연명의료중지 결정 어려운게 '병원 현실'
고윤석 교수 '가능 시점·의사결정권 등 혼선 여전'···공용윤리委 활용도 낮아
2019.02.27 06: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연명의료중단 절차 수행에 있어 판단의 모호함이 발목을 잡고 있다. 말기와 임종기 시기를 나누어 접근 방식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현장에서 법 적용 해석에 따라 사망 과정이 법 시행 전보다 더 힘들 수 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인간으로서 가치를 보호하고자 했던 연명의료결정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현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교수는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임상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 제도의 성과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 연간 사망자 수가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 시행 후 지난 1년 동안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따라 사망한 환자는 3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고윤석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됐지만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연명의료를 결정할 때 가족 협의는 여전히 환자 의견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아직도 드물다"고 해석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환자 의사결정권과 연명의료중지 가능 시점에 대한 판단을 두고 임상 현장에서는 계속적으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고 교수는 "명백한 사망일 경우 가족들의 이견이 없다는 전제 하에 의사는 현행 진료 접근 방식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판단이 어렵거나 의료진 간 및 가족들 간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현 연명의료결정법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임종기에만 가능한 연명의료중지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의사들 사이에서도 환자 상태에 대해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政 "의료질평가 신규 지표 적용 등 보상체계 도입 계획"
 

정부 역시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엄격한 절차로 인해 오히려 연명의료가 조장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환자 가족 전원합의를 둘러싼 가족 범위의 현실성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계점을 짚었다.


특히 연명의료 결정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가 필요하지만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둔 기관이 당초보다 적은 수준이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2월 현재 총 290개소(94개 기관)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등록한 곳은 총 173곳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비교적 규모가 큰 의료기관들은 등록을 하지만 사실상 여력이 없는 중소병원,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등록률이 낮은 실정이다.


윤 정책관은 “법으로는 공용윤리위원회를 두도록 돼 있고 공용윤리위원회를 통해 연명의료결정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활용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공용윤리위원회는 전국 권역별로 8개 의료기관에 설치돼 있다.


윤 정책관은 그러면서 “소규모 의료기관의 위탁에 대한 행정적, 지원적 방안이 마련돼야 공용윤리위원회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 활성화를 위해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한 의료기관 확대를 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강보험수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 보상 및 평가체계 구축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2022년부터는 의료질평가 신규 지표로 도입할 예정이다.
 

윤 정책관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 이행이 진행되는 경우 의료질 평가에서 가산을 주는 형태다. 말기환자 등 관리료, 연명의료 계획료, 연명의료 이행관리료 등 건강보험수가 체계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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