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는 기다림, 가슴치는 환자들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시급…병원감염 우려 여전
2016.02.18 05:53 댓글쓰기

[기획 1]여유를 찾기 힘든 삶 속에 기다림은 미학이 됐다. 하지만 치열한 현장을 마주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통용되기 힘든 개념이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생명의 최전선은 더더욱 그러하다. 속절없는 기다림에 분통을 터뜨리는 환자는 대한민국 의료현장에서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기다림은 비단 환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성의 대상인 의사나 간호사들에게도 기다림의 고충은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의료문화를 선도하는 데일리메디는 국내 의료현장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 병폐를 조명함과 동시에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연중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화두는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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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20대 남성 A씨는 전날 먹은 음식이 잘못돼 밤새 복통에 시달리다가 인근 대형병원을 찾았다. 단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는게 애매해 아침까지 버티다가 진료 개시 시간에 맞춰 갔지만, 접수대기 인원만 이미 30명이 넘었다.

 

#사례2. 30대 남성 B씨는 격한 운동경기 이후 무릎에 물이 차는 현상이 계속됐다. 동네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아봤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어 역시 대형병원을 찾았다. 서 있기조차 힘든 그에게 진료실 대기의자마다 가득 찬 사람들은 끔찍한 악몽이었다.

 

#사례3. 50대 여성 C씨는 5년 전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응급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복도에서 약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의료진과 만날 수 있었다. 응급실 내 보호자들은 모두 소위 멘붕을 겪고 있었다.

 

위 사례들은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풍경이다.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대기문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진찰실 앞 복도 간이의자에는 환자들의 대기 행렬로 북적이고, 증상이 심한 환자의 보호자는 다급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영유아 보호자의 경우 조급함이 더해진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D씨는 얼마 전 둘째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해 급히 병원에 간 적이 있다. 병원 복도는 북새통이었다. 다른 환자들 때문에 오히려 증세가 심해질까 봐 걱정됐다고 회고했다.

 

실제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환자 대기, 병문안 등으로 인한 추가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범국민적 인식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대형병원 교수는 호흡기질환은 밀폐된 공간에서 2차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진료실 복도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는 추가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흡한 의료전달 시스템

 

의료계는 대기문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지목했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효율적 의료전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과의 면담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계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바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라며 의원급에서 상급종합병원급까지 환자들을 분산시키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들이 동네의원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까지 대형병원을 찾음으로써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한 진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 소재 대형병원장은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면 정작 위급한 환자가 제 때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병원들 역시 결코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진료 선택권은 자유다. 또한 질환 중증도를 환자 스스로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환자 대기문화 개선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는 국민 계도를, 의료계는 병의원 간 유기적 협력 관계를 확충시켜야 한다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환자 대기율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맞춤형 서비스제공

 

정부 정책과 별도로 의료계에서는 내원한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대기시간을 활용한 정보 제공 인테리어를 구축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세브란스병원은 진료 대기시간 단축 등을 혁신적으로 이뤄냄으로써 2015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병원 부문 1위에 올랐다.

 

정기적으로 대기 시스템 현황을 분석하고, 진료 지연에 따른 사과 캠페인을 전개해 내원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홈페이지에는 빠른 예약상담 서비스를 추가로 운영, 집에서도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울성모병원은 고객행복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는 진료 절차 및 대기 시간 단축 등을 목표로 조직 내 문화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암 환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 대기 공간에 암 관련 정보를 정리해 놓았다. 진찰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치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시간 예약조회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예약시간을 놓친 환자들에게는 알림 기능까지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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