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실습기관 불균형·간호조직 문화 개선 등 산적
국내 간호교육 나아가야 할 방향성 정립하고 극복 방안 시급
2018.04.28 06:15 댓글쓰기

간호사들이 아프다. ‘열정페이’, ‘태움’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간호계와 맞물려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임상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도 부지기수다. 가장 최근 대한간호협회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1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신규 간호사들은 전문직 간호사로 성장하는 첫 출발을 하게 되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 관행적 악습 등에 좌절하고 병원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임상 실무 시작 후 1년은 신입 간호사들이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 수행에 자신감을 갖기 위한 시기다. 하지만 새내기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은 간호 인력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신규 간호사들이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신규 간호사들이 새롭게 경험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현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정신적, 시간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간호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간호사들은 입을 모은다.[편집자주]

임상 현장에서 이뤄지는 교육 과정에 있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간호 교육을 두고 그 불균형적 문제가 지적된다.

신수진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의 ‘신규 간호사의 현장 적응을 위한 간호교육 개선 방안’에 따르면 단기간에 급증한 간호대학 입학정원으로 인해 실습자 확보 등 실습교육의 어려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04개의 간호학과 중 대학 부속병원이 있는 곳은 41개 뿐이며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의해 의과대학의 경우 부속병원 또는 임상실습 협력병원을 갖춰야 하지만 간호학과는 자연계열로 분류돼 교사(校舍)에 대한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실습기관으로 선정 가능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마저 전국 164개뿐이라 실습기관의 양적 부족이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실습기관의 지역적 불균형도 해결이 필요하다. 신수진 교수는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의료기관 수가 교육 기관보다 많아서 실습지 확보의 어려움이 적은 편이나 지방으로 갈수록 교육기관 수와 비교해 의료기관 수가 현저 하게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습 장소 부족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방학 중 실습이나 원거리 실습 등을 통해 보완하고 있지만 이는 실습지도 교수의 시간 효율성을 저해해 교육의 질 저하라는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실습기관 부족은 간호대학생 교육에 있어 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를 초래한다.

박인숙 충남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실습기관으로서 협력 병원의 문제점은 실습 학생 수는 크게 증가된 것에 비해 실습을 할 수 있는 기관은 그렇지 않아 임상실습을 위한 병원 확보의 어려움, 협력병원들 간 환경 및 교육 내용과 질적 수준의 심한 격차 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미흡, 현장실습지도자의 능력 차이 및 실습에 대한 인식부족, 교육 환경의 열악함, 과다한 실습생 배치, 실습비 과다요구, 실습기간 조정의 어려움, 원거리 실습 등도 문제”라고 피력했다.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쏠림 현상과 함께 실습 기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신규 간호사의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간호사는 “최근 임상 현장은 환자 중증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신입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를 돌본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에 병원 교육부서에서도 신입 간호사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병원환경 및 간호조직 문화 개선 필요성

최근 서울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으로 간호계의 관행적 악습인 ‘태움 문화’가 거론되고 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괴롭힌다)’는 뜻의 ‘태움 문화’는 간호계에 깊게 뿌리내린 병폐로 신규 간호사의 사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간호계의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신입 간호사의 현장 적응을 도모하기 위해 근무 환경과 간호 조직 특유의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순연 부산광역시 병원간호사회 회장은 “각 병원에 맞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 간호사 적응을 돕기 위해 병원 환경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황순연 회장은 “간호사 교육 시 프리셉터 뿐만 아니라 병동 내 다른 간호사, 특히 수간호사의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 고 부연했다.

여기에 신규 간호사 교육에 투입되는 지도 간호사, 즉 프리셉터 (Preceptor)들에게 의사소통 방법을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태졌다.

황순연 회장은 “프리셉터는 교육 시 너무 높은 목표보다는 다각적인 시각에서 새내기 간호사를 교육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 소재 B대학병원 간호사 또한 “신입 간호사들을 가르치는 데 최소 4주에서 8주, 최대 12주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기존 업무와 새내기 간호사 교육 업무를 병행할 시 경력 간호사의 소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교육 등 역량 강화 프로그램 도입 시급”

현장 실습 교육의 내실화와 질 관리를 위해 실습 교과목의 효율적인 배치와 시뮬레이션 교육 활성화 등의 대책이 필요 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 소재 C대학병원 간호사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환자 중증도가 상승하면서 능숙한 간호사에게 간호 받기를 원하고 환자 안전 및 감염 관리 확대 등 다양한 상황에 의해 간호대학생의 직접 술기 실습 기회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임상실습을 통해 배우기 어려운 술기의 경우 최대한 임상 현장과 동일한 세팅에서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D종합병원 간호사는 “병원 내 실습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시뮬레이션 교육도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 부문에 대한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시뮬레이션 교육 등 이론과 실습을 연계한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도 나왔다.

충남 소재 E간호대학 교수는 “평가 연구 등에 따르면 학생들도 이론과 실습을 연계한 교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육 과정에서 간호사 실무 체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시뮬레이션 실습이 가능한 장비를 구입해 실습을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의료기관 취업 시 학생들이 보다 더 자신감을 갖고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