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금녀' 옛말···성(性) 장벽 허물어지는 '의료계'
여자의사·남자간호사 증가 추세고 활동 영역도 확대
2017.02.13 06:00 댓글쓰기

‘금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간호계에 ‘남풍’이 불고 있다. 최근 간호사 국가시험 남자 합격자 비율이 10%를 넘어서며 ‘2000명 시대’에 진입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7년도 제57회 간호사 국가시험 시행결과 1만9473명이 합격해 96.4%의 합격률을 기록했고 이 중 남자 합격생이 2134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10.9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국시 연도별 남자 합격자 현황'(대한간호협회 제공)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었던 간호계에 진출하는 남성들이 증가하는 것처럼 '직업과 성별의 분리'는 의료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최근 5년간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성비’를 살펴보면 여성의 비율이 지난 2012년 32.8%에서 2016년에는 39.1%로 늘었다.
 

시험 응시자 수도 지난 2012년 전체 3442명 중 여성이 1085명(31.5%), 2016년에는 전체 3319명 중 1255명(37.8%)를 차지했다. 유독 보수성이 강한 의료계 내부에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강점으로 한 '여풍'이 거세다.
 

대표적 인물이 국립대병원 최초로 여성 병원장을 지낸 김봉옥 現 한국여자의사회 회장이다. 김봉옥 회장은 충남대병원 제21대 병원장을 역임했으며 前 재활의학회 회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안명옥 원장도 빼놓을 수 없다. 안 원장은 산부인과 및 공공의료 분야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으며 제17대 국회의원으로 활발한 입법 활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흉부외과'는 지난해 10월에는 유재현 초대 회장(충남대병원 흉부외과)을 필두로 ‘흉부외과 여의사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한국여자의사회 김화숙 前 회장은 “한국 여성 의료인의 미래는 밝다”며 “리더십 교육, 국제학회 참여 등을 통해 똑똑한 후배들이 앞으로 더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계에도 ‘백의의 전사’들이 늘고 있다. ‘간호사’하면 ‘여자’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정관념에 변화가 일면서 남자간호사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첫 남자간호사가 탄생한 지난 1962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1만542명의 남자간호사가 배출됐다.
 

이번 간호사 국시에서 2134명의 남자합격생이 새로 배출되면서 전체 간호사 37만5245명 중 남자간호사 비중도 3.37%(1만2676명)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남자간호사들의 활동 영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남자간호사의 권익 향상과 간호 발전을 위해 ‘대한남자간호사회’가 창립됐다.
 

대한남자간호사회 김장언 초대회장은 서울대병원의 첫 남자간호사이자 최초 남자수간호사로 남자간호사의 위상 강화를 위해 큰 기여를 해 왔다.
 

남자간호사회는 중국 간호협회가 주관한 ‘국제간호학술대회’에 참석하고 중국·미국 남자간호사단과 3국 협의체 구상을 하는 등 국제무대로 활동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12월에는 그간 종교적 관습으로 남자간호사의 취업을 허락하지 않던 중동 국가에 국내 남자간호사가 채용돼 눈길을 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중환자실에 한해 최초로 남자간호사 진출을 허용한 후 영남이공대 간호학과 졸업생 박병우씨가 '사우디 진출 1호 남자간호사'로 채용되며 국내 간호계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그간 드문 존재로만 여겨져 온 남자간호사가 이제는 당당한 간호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남학생 비중이 16%에 달하는 것을 볼 때 앞으로 매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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