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나 뜸을 이용한 한의원들의 이른바 ‘한방성형’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성형 전문한의원’을 표방하면서 한방전문의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한의원들은 한방성형침, 매선요법, 미소안면침, 가슴한방성형, 팔자주름리프팅 등을 홍보하면서 포털 사이트는 물론 일부 언론매체에 한방성형 전문한의원을 광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방성형 전문 한의원이 한방성형 전문의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방성형 전문의가 아님에도 ‘전문’을 표방함으로써 의료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방성형 전문’ ‘한방성형 전문인’ 등의 홍보문구가 GP(General Practitioner, 일반의)를 SP(Special Practitioner, 전문의)로 오인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한방은 양방처럼 전문의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한방성형 전문의’란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한방성형 전문’이라는 문구만으로 전문의로 착각하기 쉽다.
현재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재활의학과 및 사상체질과 등 8개 전문과목으로만 구성돼 있다.
하지만 최근 한방성형 전문을 표방하는 한의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일반 한의사가 마치 전문의로 인식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방성형 전문의는 한명도 없다”
한방성형 전문한의원에서 가슴 확대를 위해 매선침 등의 시술을 받았지만 효과가 미흡하거나 부작용 등으로 피해를 호소, 분쟁조정위원회로 조정을 요구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봤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 모씨(여, 20대)는 한의원에서 유방 성형시술을 위해 320만원을 지불하고 4개월 간 총 8회에 걸쳐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후 6개월이 지나도록 가슴 크기는 변화가 없었다. 위원회는 한의원이 시술효과 미흡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다며 김 씨에게 진료비의 50%와 위자료 등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한의원 측은 가슴이 1㎝ 정도 확대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오차 범위에 불과하므로 실제로 확대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매선침 시술의 가슴확대 효과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학회에서 인정한 치료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한방 가슴성형 시술은 질병치료가 아닌 심미적 관점에서 일정한 효과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성격이 강하므로 시술을 하는 한의사도 현대의학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주의를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문제는 한방성형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시술받은 한의원을 한방성형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에서 성형외과을 운영하는 A원장은 환자들에게 한방성형 전문의에 대한 질문을 심심찮게 듣는다. A원장은 “환자들로부터 한방성형 전문의라는 생소한 말을 듣는다. 환자들이 ‘한방성형 전문’ ‘한방성형 전문한의원’ 등과 같은 단어를 접함으로써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한방에서 성형수술 일부 부작용을 확대해 한방성형이 더 안전하고 효과가 좋다며 한방성형 전문한의원을 광고하면서 의료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 B원장은 “한방성형이라는 진료과목도 없을뿐더러 한방성형 전문의는 단 한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방성형 전문이라는 문구로 광고와 홍보를 하는 것은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이런 오인으로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복지부 “한방성형전문 표지 타당하지 않아”
이런 다수 한의원의 ‘한방성형 전문’ 표기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타당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놨다.
의료기관 명칭 표시와 진료과목 표기, 홈페이지 등에 ‘한방성형 전문’을 표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명칭 표시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전문의가 개설하고 운영하는 병·의원 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원칙상으로 한방에는 성형이라는 진료과목이 없다”며 “인터넷이나 홈페이지 등에 ‘한방성형 전문’을 표기하는 것은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료광고 심의 규정이 있지만 인터넷은 포함돼 있지 않아 제재가 어렵다”면서 “보건의료정책분야에서 의료광고 사각지대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력 있는 전문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하지만 전문의인 것처럼 거짓 광고로 환자가 피해를 입는다면 그 책임은 환자에게만 있는 것일까? 행정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환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기요틴(guillotine. 단두대)’으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격돌 중이다. 의료기기 사용 확대에 따른 영역 간 혼란과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