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의사, 러시아 내 지위 놓고 '醫 vs 韓' 공방
의료기기 이어 학위 논쟁…의협 '해외국가 언어·인증과정 맹점 이용' 비난
2015.04.05 20:00 댓글쓰기

현대 의료기기를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의 공방이 정점에 달할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한의사 학위에 대한 논쟁까지 더해지면서 점입가경이다.

 

대한한의사협회가 "대한민국 한의사 학위가 러시아 내 현지 의사 학위와 동일하게 인증받았다"고 공세를 펼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맞받아치고 있는 모양새다.

 

의협은 5일 "한의협이 주장하는 학위 인정은 단지 러시아에서 의사고시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 것이지 의사면허증이 주어진 것도, 의료행위가 허용된 것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한의협은 '한의약 해외거점구축 지원사업' 일환으로 한의학 진출 사업을 추진한 결과, 한국 한의사 학위가 러시아 내 현지 의사(6년제 의대 졸업자) 학위와 동등하게 인정받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이번 학위 인정은 해외에서 의사와 동등한 자격을 취득한 첫 번재 사례"라며 "한의협이 추진 중인 해외진출 사업의 결실이자 이정표가 될만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의협은 즉각 '경계심'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러시아 교육부 산하 해외교육감독국(글라브엑스페리센트르)의 인증과정을 확인한 결과, 해당 인증과정은 서류작업으로만 이뤄지는 부실한 과정이었다"고 짚었다.

 

러시아 교육부 검증과정은 단지 외국의대 출신자가 본교 학위인증서를 포함, 커리큘럼 자료, 성적증명서 등 추가자료만 제출하면 인증할 수 있는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의협은 "더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학위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한 한의협 국제이사의 출신대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한의학 교과과목들을 영어로 번역했을 때 의대 교과과목과 혼란을 줄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현재 러시아에는 '한의사'라는 존재 자체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러시아 당국에서 의사와 한의사를 혼동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의협 비대위는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어 지속적으로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화된 의료체계에 대한 시정조치를 촉구해 왔다"고 언급했다.

 

실제 의협은 지난 2010년, 세계의학교육연맹이 인정하는 의과대학 명부에 한의대가 포함, 한의사들이 미국 의사고시 응시자격을 부여받게 되자강력히 문제제기했고 결국 세계의학교육연맹은 이를 철회했다는 전언이다.

 

비대위는 "한의협은 다른 나라 언어, 인증 과정 상  맹점을 이용해 의사 행세를 하고자 하는 것인가"라며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인 세계의사회와 세계의과대학연맹도 문제를 인지했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국민 의식 수준과 의학의 발달로 한의사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해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비대위는 "국제기구들과 공조해 국제보건의료질서를 바로잡고 세계인류건강 유지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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