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주장하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법정 피고석에 앉혔지만 연패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레일라정’(한국PMG제약)의 복지부 급여 취소와 식약처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한의사들의 원고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레일라정 등 천연물신약은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생약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고, 고시 취소 역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이승한)는 최근 대한한의사협회와 한의사 2명이 복지부를 상대로 “레일라정 급여 결정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한의사들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지난 4일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법원의 각하 결정은 레일라정은 한약제제가 아닌 생약제제로 품목허가가 났기 때문에 의사가 아닌 한의사는 처방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결과다.
재판부는 “레일라정은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된 생약제제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으므로 급여 취소 여부와 관계없이 한의사는 원래부터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생약제제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 제제’로 정의하고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제제’로 규정한 식약처의 천연물신약 고시가 유효한 이상 한의사는 레일라정을 처방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한의사들은 천연물신약 고시가 한방의료행위를 제한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에서 패했다. 현재 해당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황병하)는 지난 8월 20일 한의협회과 한의사 2명이 식약처를 상대로 낸 고시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은 ‘해당 고시로 인해 한방의료행위 범위와 직업 수행 자유가 제한된다’는 한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한의사 처방권과 고시는 관련이 없다’는 식약처 의견을 수용하며 한의협과 한의사의 소송 제기 자격이 없다고 봤다.
생약제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신바로캡슐’, ‘시네츄라시럽’ 또는 ‘레일라정’ 등에 대한 품목신고가 무효가 된다 해도 이는 미허가·미신고 상태로 돌아가 의사와 한의사 모두 처방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 한의사가 처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린 것은 천연물신약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한 결과다.
1심은 “천연물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생약제제가 실제로는 한방원리에 의해 제조된 것”이라면서 “생약제제를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도록 규정한 해당 고시가 한의사의 처방권 및 법적이익을 침해한다”고 봤다.
2심은 “품목허가를 받은 생약제제가 실제로는 한방 원리에 의해 제조된 것일지라도 이는 품목허가 처분 상의 잘못이지 고시규정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