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대생들이 한방병원 찾은 사연
메사추세츠大 재학생 4명, 한의학 기초이론·임상실습
2016.12.08 05:53 댓글쓰기

미국의 약대생들이 ‘한의학’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보스턴 소재 메사추세츠 약학대학(MCPHS) 재학생 4명이 지난 10월 31일부터 서울 강동경희대한방병원에 방문해 6주 동안 한의학 기초이론과 임상실습을 익히는 중이다.

메사추세츠 약학대학은 지난해 MIT공대와 하버드대학을 제치고 미국 내 전체 대학에서 졸업생 연봉순위 1위를 차지한 명문대학이다. 이들이 우리나라 한의학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미국 약대생들이 한의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떨까. 데일리메디가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지 험프리 메사추세츠 약학대학 국제교류부총장은 강동경희대한방병원의 우수한 한방치료 수준과 의대병원, 치과병원과의 협진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올해 초 강동경희대한방병원(병원장 고창남)과 경희대 한의과대학(학장 김남일)은 메사추세츠 약학대학과 연구와 교육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실습생들은 경락침구학, 본초방제학, 한의진단학 등 한의학 기초이론은 물론 첩약조제실, 탕전실, 한약제제조제실 등에서 처방전 구성, 탕전 과정, 한약제제 종류 등을 익히고 경희대 약학대학 실습도 받는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윤성우 교수(가운데)와 메사추세츠 약학대학 김희연, 허윤주, 우병익, 이예진 학생(왼쪽부터)

물음표였던 한의학…양한방 협진 경험


이들은 미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양‧한방 협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우병익 씨는 “미국 약대는 임상교육이 많다. 6주마다 병원을 옮겨 실습하면서 다양한 환자군을 보는데 한방이나 전통의학으로 이익을 보는 환자들도 있다”며 “한국에서 직접 기전을 이해하고 협진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밝혔다.
 

천연물신약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실습생 4명 모두 메사추세츠대학에서 교양과목 ‘천연물’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천연물 수업은 성분과 효능, 부작용, 환자군 등 약제에 관한 정보들을 배우는 것으로, 한의학 교육과는 다르다.
 

김희연 씨는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외래 참관을 하면서 교수님들과도 천연물 약에 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훗날 신약개발 쪽으로 가게 되면 여기에서 배운 것들을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예진 씨는 “항생제 사용은 한계가 있지만 천연물이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자 치료가 모든 의료의 궁극적인 목표다. 한의학 실습이 시각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도 경험할 수 있었다.


허윤주 씨는 “환자가 두통을 호소하면 주로 ‘머리 아픈 것’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지만 한방에서는 몸 전체적인 균형을 먼저 살피더라”며 “의학과 한의학의 시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했다.


우병익 씨는 “입원환자 중 최후의 수단으로 한방을 찾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 중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인 사례도 확인했다”며 “다른 방식의 접근방식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과학적 뒷받침 필요, 지나친 갈등 소모적"


한의학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한 이들의 견해도 들어봤다. 이들은 국내 의대생, 약대생보다 열린 시각으로 한방 치료를 평가했다.


이예진 씨는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느냐가 다를 뿐”이라며 “확실한 증거, 과학적 뒷받침이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만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약사는 약을 권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에게 맞는 약을 구분해 주는 역할”이라며 “미국에서는 약물중독 환자들도 많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아 약사들도 약을 권하기 보다 안전성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진통제 대신 침을 권하는 약사들도 있다”며 “한의학적 접근이 보다 안전한 치료로서 도움이 된다면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우병익 씨도 “치료가 목적이다. 한의사, 약사, 의사 간 사회적 갈등과 소모가 많은 것 같은데 편견을 없애고 상호간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의료시스템 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국제교류위원장인 윤성우 한방내과 교수는 미국 약학대학과의 연구 및 교육 교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사추세츠 약학대학은 1823년에 설립돼 7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약학대학뿐만 아니라 치과, 의예과, 간호학 등의 다양한 의약학 관련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침구학 대학인 New England School of Acupuncture(NESA)를 인수해 한의학에 대한 교육과목도 운영 중이다. 향후 양·한방 통합의료에 대한 치료계획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윤성우 교수는 “미국에서 통합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든 의학이 각각의 한계와 장단점을 지닌다. 이를 상호 보완하는 데 대한 생각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지 않았느냐”며 “씨를 뿌려놓은 것이다. 언젠가 이 학생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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