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의료계와 치과계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정모씨는 2011년 10월 눈가와 미간의 주름 치료를 위해 두 차례 보톡스 시술을 했다가 1·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유예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치과 의료행위는 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처방 또는 치외과적 시술을 시행하는 예방·치료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어 “정씨 환자들의 경우 눈가·미간 주름이 치과 의료행위의 대상이 되는 질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와 주위조직 및 구강을 포함한 악안면 영역의 질병이나 비정상적 상태 등을 예방·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2007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에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치과 의료행위’ 개념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했다.
그럼에도 정씨는 악관절 등 구강적 요인이 안면 주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지원사격에 나섰으며 대한의사협회도 법무법인 바른을 내세우며 맞불을 놨다.
이에 따라 정씨 사건은 치협과 의협, 치과의사와 의사의 싸움으로 번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에는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다.
공개 변론에서 변호인 측은 “구강악안면외과는 안면 환자를 치료하는 과목으로 치과의사의 진료과목이다. 따라서 안면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여기에는 보톡스 시술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사 측은 “의료법에서 정한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는 치아를 포함한 구강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로 제한된다고 보는 게 법령 해석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공개 변론 이후에도 치협과 의협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과 관련된 각자의 ‘입장’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는 등 치열한 여론전도 이어갔다.
보톡스 시술을 놓고 5년 동안 이어진 의사와 치과의사 간의 법적 공방은 21일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 가운데 11명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치협은 대법원 판결 직후 성명서를 통해 “옳은 결정을 내려 준 대법원에 깊은 존경과 함께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의협은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안면 보톡스 시술을 허용한 것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