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미용 목적의 침을 놓고 요양급여를 청구한 한의사에 대해 상세한 침술 내역을 확인하지 않고 한 업무정지 및 환수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 환자에게 같은 날 이뤄진 치료에서 미용 목적의 침 시술과 다른 상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의 침 시술을 제대로 구분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재판장 김광태)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및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각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자흉침(가슴을 확대하는 시술)을 놓고서도 ‘상세불명의 어깨병변’이라고 상병명을 기재해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자흉침 시술은 체형교정을 통해 가슴성형을 하는 시술이다. 시술법은 목, 어깨, 등, 허리, 척추, 옆구리, 골반, 다리 등에도 침을 놓아 경락과 경혈을 자극하는 식이다.
현행법은 유방확대, 축소술 등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그로 인한 후유증 치료 등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적이 아닌 시술은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한다.
A씨는 어깨 및 허리 등 이 사건 자홍침 시술과 동일한 부위에 관해 주기적, 반복적으로 시술한 상병(어깨 및 허리 등 상병)으로 5223회에 걸쳐 약 65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는 A씨가 비급여대상인 미용시술 목적의 자흉침 시술에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수급했다며 216일간의 업무정지 및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을 내렸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공단과 복지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조사단이 A씨가 자흉침 시술과는 별개의 상병에도 침 시술을 한 내역을 정확히 조사하지 않았단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서 본 허리 및 어깨 등 상병 외에 이사건 자홍침 시술과 시술 부위, 방법 등이 상이하거나 주기적, 반복적으로 시술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나머지 상병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부분의 경우, 자흉침 시술의 일부로서 비급여대상인 치료행위(미용시술) 행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이 사건 환자들이 가슴성형 목적으로 내원해 시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가슴성형과는) 별개의 통증이나 불편함에 대한 진료 내지 치료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자흉침 시술을 받은 한 환자에 대해 폐수, 풍지, 견정, 천종, 견중수, 위수, 견외수, 대장수, 후계, 지실, 합곡, 기해수, 차료, 요양관, 완골, 견료, 대저, 간수, 담수, 고황 , 견우, 심수 중 수개 부위에 대해 '경혈침술, '척추간침술', '관절내 침술'을 치료내역으로 청구했는데, 자흉침 침 자리 외에 다른 상병에 효과가 있는 침 자리에도 시술을 한 후 이를 묶어서 청구한 것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단 것이다.
또 건보공단이 단순히 자흉침이 시술된 날 이뤄진 모든 시술에 대해 일괄적으로 환수처분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조사기관은 자흉침 시술과 별도로 요양급여비용 명세서의 상병에 관한 진료를 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자흉침이라며 이뤄진 시술과 다른 상병에 대한 시술의 범위를명확히 특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가려내기 위해 각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