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大한의대 설치 '전문대학원'으로 급선회
2006.04.21 21:20 댓글쓰기
한의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국립대 한의대 설치가 한의학 전문대학원으로 방향을 전환해 급속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국립대 1곳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세워질 전망이며, 선발 인원은 최소 40명에서 최대 80명이 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4시~6시 전국한의대학장회의를 개최, 국립대 내 한의대 대신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제안하고 한의대학장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회의 결과, 국립대 내 한의대 설치가 더 바람직하겠지만 연구 중심의 전문대학원도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학장은 “인원 등 현실적인 문제로 우선 국립대 1곳에 한의학 전문대학원을 설치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국립대 내 학부든 대학원이든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데 대부분의 학장들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의학 전문대학원이 설치될 대학은 아직 미정이다. 관계자는 “병원을 운영할 수 있고 동시에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진 곳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설치 대학에 대해서는 아직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국립대에서 한의대 설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또 대한한의사협회는 공식적으로 지난달 8일 부산•경북•충남•전남•경상대에 한의대를 우선 설치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에 요구한 바 있다.

‘4+4’체제로 한의학 전문대학원이 설립되면 한의대를 나오지 않아도 한의사가 될 수 있게 된다.

선발 기준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현재 의•치학 전문대학원 선발 과목과 비슷한 수준이 될 예정이다. 다만 한의학의 특성상 한자에 대한 조건이 추가된다.

이번 한의학 전문대학원 설립 추진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한의대를 주장해왔던 한의계가 한 발 양보한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상 이번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교육부와 전문대학원이라는 틀만 잠정 합의한 상태"라고 밝히고, 이번 회의에 대해서는 "의견을 듣고 양해를 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표현을 사용했다.

한의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전문대학원쪽으로 정해진 이상 한의대 대신 한의학 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현재 의•치학 전문대학원 도입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의 과학화, 세계화, 표준화를 위해 연구 중심의 교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국립대 내 한의대 설치를 주장해온 만큼 ‘연구 중심의 한의학 전문대학원’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는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6+4’체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현행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총 6년 과정인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학사’만을 대상으로 대학원 진학을 허용하겠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는 ‘연구 중심’이라는 목적을 강조, 일부에서 제시된 것으로 핵심적인 논의 사항은 아니다. 다만 한의계가 ‘한의학 연구’에 얼마만큼 중점을 두고 있는지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한의계 한 관계자는 “큰 틀과 목적에 대해서 대부분의 학장들이 긍정적으로 공감을 표시한 만큼 이후 구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내 한의대 혹은 한의학 전문대학원 설립 추진은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울대 혹은 서울대에 준하는 국립대에 한의대 설치를 주장했던 한의계의 주장이 ‘전문대학원’이라는 구체적 모습으로 등장, 이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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