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이렇게까지 한 경우 없다'
2006.09.20 21:42 댓글쓰기
파국으로 치닫는 것인가, 한의대생들의 한의협 회관 점거가 2일째 접어들며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항간에서는 '학생들이 이토록 주도면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배후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아 한의계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학생들 주장의 타당성에 여러 단체에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당장 점거로 인한 손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의신문은 신문 제작이 전혀 불가능해 오는 21일 목요일자 신문 발행은 사실상 취소된 상태다. 한의신문측은 "신문 제작이 불가능해 광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손해 비용은 1천500만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학생들은 협회 회관을 점거하며 협회 관계자는 물론 협회 1층에 위치한 한의신문 편집국 출입도 금하고 있다. 이에 월요일과 목요일 24면씩 발행되는 한의신문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 한의신문측은 "신문 제작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자료가 편집국에 있다"며 "접근이 불가능해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의신문측은 20일 2차례 공식적으로 학생들에게 "신문 제작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한 한의협 관계자는 "신문 제작까지 못하도록 금지한 경우는 없었다"며 "의료계를 통틀어 학생들이 신문 제작까지 금지하며 이 같이 강경하게 투쟁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점거 2일째, 한의협 관계자 및 한의신문 기자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했지만 정문 밖 벤치에서 출입이 허용되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협회가 질 수 밖에 없는 싸움" 소문 파다

그러나 금전적인 손실이나 회무 정지로 인한 문제보다 더 큰 '손실'은 한의계 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불신이다. 한의계가 찢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심심치않게 들리는 '배후세력설'은 그만큼 불신의 폭이 깊어진 것을 방증한다. 대화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의심이나 오해가 커지고 있는 것.

'배후세력설'의 근거는 "학생들이 이처럼 계획적으로 투쟁을 진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국한의과대학연합 상임위원 11명은 지금까지 언론과의 인터뷰는 물론 협회 면담 요청에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를 비롯 외부인과의 대화는 일체 금지된 상태며 대화 통로는 한 학생이 전담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의 해결 방법은 더욱 명확해진다는 분석이다.

협회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의사전문의제도 개선안을 완전 폐기하든가 아니면 무력 충돌 등 씻기 어려운 상처를 감수하고 강제로 점거를 해산시키는 방법, 두 가지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점거는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의협 집행부와 엄종희 회장은 한의계 내부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지금과 같이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그 비난 수위는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설사 한의협이 점거도 해결하고 비난도 무마시킨다 할지라도 그 때는 이미 상당한 안티 세력이 형성, 엄 회장의 향후 활동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배후세력설'은 학생들의 지금과 같은 투쟁 방식은 "결국 협회가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으로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산된 교묘한 전략"이며 "학생들 배후에 또 다른 세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종희 한의협 회장은 최정국 홍보이사 및 대변인에게 전권을 위임, 이번 사태 해결을 맡긴 상태다.

최 이사는 "회장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회장 대신 협회 대표 자격으로 학생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학생 대표 및 기타 상임위원들은 전혀 만나지도 못하고 대화 거부 통보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이사는 "현재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런 식이라면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한의사는 "서로 답답한 상황이니 오해와 불신의 소문만 오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개인적으로는 협회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옳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의사협회 회관 점거 사태는 갖은 소문과 실질적인 피해를 낳으며 3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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