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비상' 여론 '한의사 밥그릇 챙기기'
2006.12.20 22:00 댓글쓰기
‘한의사 시장 개방’ 논의와 관련, 한의사협회와 한의대생들의 대규모 반대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개방을 받아들여 한의사들의 미국 진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침구사가 수준이 낮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미국에 진출, 한의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지난 20일 ‘비상사태’를 선포, 손숙영 수석부회장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특히 한의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은 ‘한의계 최대 위기’인 만큼 이례적으로 수석부회장이 아닌, 엄종희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의협 최정국 대변인은 “심각성을 고려해 엄종희 회장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 정관대로 수석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며 “23일 전국 비상대책위원회 임시대의원총회를 갖고 29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 강력한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전한련)도 이에 동참, 22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경희·경원·동국·대전·상지대 한의과 학생들은 오는 31일까지 시험 거부에 들어갔다.

한의계는 “국내 한의사와 미국의 침구사는 기초적인 교육과정부터 양성, 배출까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국내 한방의료체계를 흔들고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전문직종 상호 자격 인정을 반대, 정부는 한미 FTA 협상에서 이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의계의 반대 논리는 결국 제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아집”이라며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의료계 인사는 “구체적으로 전문직종 상호 자격 인정이 논의되니 과거부터 폐쇄적으로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누려왔던 일종의 특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반발부터 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개방은 시대의 흐름이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과 자신감이 있다면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강지연(40·서울 중랑구)씨도 “교육과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 분야도 개방이 논의되고 있는데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의료서비스 분야의 개방 기준은 관련 단체가 아닌 국민의 입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네티즌의 반응도 반대보다는 시장 개방 찬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디어다음 토론방인 아고라에 한 네티즌(아이디 파라딘)은 ‘한의사 반성? 말안되는 밥그릇 챙기기’란 제목의 글을 게시, “미국의 침구사 실력이 별볼일 없다면서 한의사들은 왜 두려워하느냐”며 한의계의 반대는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은 “미국 인력의 실력이 별볼일 없다면 의료소비자들이 먼저 외면할 것”이라며 “한의사들의 반대는 철밥통 한의사 시장 밥그릇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자신들의 밥그릇이 위태로울 것 같으니 이제야 FTA 반대하는 기회주의에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미국 한의대 교수로 15년째 살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 다살이살판)도 “캘리포니아 한의사는 이름만 침구사지 침도 놓고 한약도 쓰고 한국의 한의사와 같은 진료활동을 한다”며 “이번 개방은 우수한 한국 한의사가 미국으로 나와 미국 한의학을 평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자신감을 강조, 적극적인 미국 진출을 권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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