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임신 중 모체의 고혈압에 노출되면 출생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대학병원의 리중 임상 역학과 교수 연구팀은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HDP: hypertensive disorders of pregnancy)을 겪은 여성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출생부터 청년기 사이에 또는 41세가 될 때까지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0일 보도했다.
HDP는 임신 중 고혈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임신성 고혈압, 자간전증(pre-eclampsia), 자간증(eclampsia) 및 다른 합병증을 말한다.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전엔 혈압이 정상이었는데 임신 중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이고 여기에 단백뇨와 부종이 동반되면 자간전증으로 진행된다. 자간전증이 심해지면 자간증으로 발전한다.
HDP는 세계적으로 임신 여성의 최대 10%에서 발생하며 산모와 신생아 질환과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HDP를 겪은 여성의 자녀는 대사증후군, 면역질환, 신경발달 장애, 정신장애 등 여러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지만 이들의 장기적인 사망 위험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연구팀은 1978~2018년 태어난 243만 7천718명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기록을 분석했다.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암, 정신 질환, 신경 질환, 근골격 질환, 출생 결함 등 모두 13가지였다.
이 중 10만2천95명(4.2%)은 출생 전 모체의 HDP에 노출됐다. 그 가운데 6만8천362명은 자간전증 또는 자간증, 3만3천733명은 임신성 고혈압에 노출됐다.
추적 기간은 평균 19년. 자간전증을 겪은 어머니에게서 출생한 자녀 중에서는 781명(10만 명당 59명)이 사망했다. 자간증 어머니의 자녀는 17명(10만 명당 134명), 임신성 고혈압 어머니의 자녀는 223명(10만 명당 44명)이 사망했다.
HDP를 겪지 않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녀는 1만9천119명(10만 명당 42명)이 사망했다.
전체적으로 HDP를 겪은 여성의 자녀는 겪지 않은 여성의 자녀 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간전증, 자간증, 임신성 고혈압을 겪은 여성의 자녀는 사망 위험이 각각 29%, 188%, 12% 높았다.
특히 임신 초기에 심한 자간전증을 겪은 여성의 자녀는 HDP를 겪지 않은 여성의 자녀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HDP를 겪은 여성의 자녀는 특정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높았다. 이를테면, 소화기 질환과 주산기(출생 전 또는 출생 후 1년 내)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2배 높았다. 내분비 질환, 대사질환,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도 50% 이상 높았다.
이 결과는 성별, 출생 시 어머니의 연령, 어머니의 교육 수준, 소득 수준, 어머니의 임신 중 흡연, 병력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자간전증이란 임신 후반기에 갑자기 혈압이 오르고 소변에 지나치게 많은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가 나타나면서 손, 다리, 얼굴이 부어오르는 증상으로 대표적인 임신 합병증의 하나다.
자간전증이 증세가 심해 자간증으로 발전하면 경련, 혼수상태로 산모와 태아가 위험해질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 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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