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주변 약국들의 이상한 '조제'
도로 정차 차량 고객에 처방약 전달 등 포착, 환자 안전 위험성도 내포
2017.03.03 05:45 댓글쓰기

[단독]#1.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인 오후 늦은 시간, 진료를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선 A(35)씨. 의사 지시대로 처방전을 받은 후 병원 인근 약국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자 '그냥, 집 주변 약국으로 가자'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약국이 밀집돼 있음을 발견한 그는 반가운 마음에 '비상등'을 켰다. 그 때 중년의 남성들이 보도블록 가까이 임시 주차를 안내했다. A씨는 조수석 창문을 열어 혹시, 처방전을 건네도 되냐고 넌지시 물었다.
 

#2. 종일 칼바람이 지나지 않았던 저녁 무렵, 진료 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약국 간판을 찾은 B(61)씨. 다행히 병원을 돌아나와 8차선 대로변으로 진입하기 직전, 약국이 밀집돼 있는 것을 알고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주차를 하려면 다시 복잡한 골목길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 주정차 금지 구역이었지만 급한대로 차를 세웠다. 그 때 운전석 문이 열리자 빠른 속도의 트럭이 스쳐 지나간다.

승용차를 비롯해 버스, 승합차, 대형트럭 등이 쌩쌩 달리는 8차선~10차선 도로. 이 도로 한 방향에는 가슴팍에 ‘약’이라는 글씨가 써진 형광색 조끼를 입은 중년 남성들이 줄지어 서 있다. 


국내 최대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약국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이다.


약국들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 지면서 호객행위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된게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약국이 아닌 자동차 안에서 처방전을 전달받고 여기에 약을 처방해주는 일이 발생, 주의가 요구된다.


일일 외래환자가 1만명을 넘는 서울아산병원. 병원 바로 앞 등 지척에 약국이 없어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늘 호객행위가 만연해 있던 이곳 주변에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병원에서 꽤 먼거리에 위치한 일부 약국은 환자들의 발길을 멈추도록 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실제 대로변을 따라 형성돼 있는 약국가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끝내고 나온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호객행위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일부 약국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창문을 열어 처방전을 내밀고, 약국에 건네지면 약, 그리고 약값 영수증을 약사가 나와 다시금 창문을 통해 약을 전달하는 형태다. 이 때 약간의 설명이 이뤄질 뿐이다. 


약사법 제50조 제1항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와 같은 경우라면 정상적으로 약이 판매된다고 볼 수 없다.

"약사법 위반으로 단속 대상이고 복약지도료 누수 발생"

송파구보건소 의약과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약사법 위반으로 엄연한 단속 대상”이라면서 “보건소 직원들이 수시로 나가 점검을 시행하고 있지만 좀 더 주의 깊게 살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호객 행위도 모자라 만약 약국 외 판매로 인해 적법하지 않은 행위가 적발되면 필요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약지도 역시 원활하게 이뤄질리 만무하다.

약사법 규정에는 복약지도와 관련,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에 맞게 조제한 약을 환자에게 건낼 때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동시 복용을 피해야 할 약)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복약지도 시간은 환자의 상황이나 약, 그리고 질환마다 달라 질 수 있고 그에 따른 복약지도료가 책정된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라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건강보험료 상의 복약지도료가 누수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병원과 약국 간 거리가 유독 멀기도 하지만 자동차 안에서 약을 주고받는 일이 일어나게 되면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약국을 이용하는 환자 및 보호자들의 안전도 우려된다. 해당 구역은 주정차 금지로 지정돼 있어 엄연히 '견인지역'이라는 팻말이 꽂혀져 있다.


주변지역 한 주민은 “최근 인근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서 상가에서 영업 중이던 일부 약국들이 이 곳으로 옮겨 오면서 경쟁이 더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건소 담당자들이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약국 앞으로 이동하면 호객 행위를 하던 이들이 자취를 감춰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이다.


약국 주변을 점검하고 있지만 호객행위를 하는 것인지, 그저 환자들이 택시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인지 구별이 어렵다는 점에서 애매모호하다.

보건소 관계자는 “그나마 병원과 가까웠던 약국들이 아파트 재건축으로 한 곳으로 모이면서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대로변에서 이뤄지는 호객 행위로 주민들 항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빠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차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대기하고 처방전을 전달받은 약사가 조제 후 그 약을 전달할 경우, 다양한 위험 요인이 내재돼 있다”고 거듭 우려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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