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의사 진료···의대교육 ‘혁신’ 절실
학계 “단순 지식전달 아닌 패러다임 전환-진단 추론능력 강화 프로그램 등 개발”
2016.12.07 05:28 댓글쓰기

환자를 진료하는 인공지능 의사 출현이 현실화되면서 미래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에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컴퓨터 활용 교육을 위한 교수개발에 힘쓰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등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열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학술대회에서는 인공지능 의사 도래에 따라 달라질 미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이종태 교육이사는 “인공지능 의사와 로봇 약사 등 미래 의료 환경이 굉장히 복잡해지는 만큼 새로 요구되는 의사의 역할과 교육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의학지식은 1년마다 두 배씩 늘어나고 또 그만큼 폐기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 지식 전달 방식의 교육보다는 조직화된 지식을 활용한 진단추론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우리 제자들이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고 이를 즐길 수 있으려면 체계적 추론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AMC 이수곤 교육이사도 “앞으로 의사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질 것”이라며 “제 4차 산업혁명 및 IT혁명의 도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을 적극 활용하는 교수개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수곤 이사는 “미래 의대는 가상현실 속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등 실습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른 교수개발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학교육은 결국 의대 교수들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교육 능력을 평가하거나 계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점진적 개선으로는 변화 따라잡기 힘들어”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달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연세대학교 의학교육학과 전우택 교수는 “교육과정 전체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조금씩 수정·보완하는 형식으로는 미래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하버드 의과대학은 2019년부터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해 1학년 때 기초·임상강의를 모두 끝내고 2학년 때 임상실습을 마치며, 3~4학년 과정부터는 학생들이 특정 부분 연구를 진행토록 할 계획이다.
 

전 교수는 “하버드는 앞으로 양성할 학생들이 AI가 아직 배우지 못한 새로운 의학정보를 만들고 이를 AI에게 가르쳐야 할 주체라고 여기고 있다”며 “따라서 AI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배우는 데 굳이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연구역량 강화”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는 교수들이 진행하는 강의는 사라지고 학생들이 스스로 숙지한 내용을 토론 및 문제해결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의 교육과정이 확장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지식을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습방식 변화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 사례도 소개됐다. 전 교수는 현재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있는 연세의대를 예로 들며 “긍정적인 경험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우수성을 충분히 평가받은 셈이므로 다시 그들 간 경쟁을 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가정 하에 절대평가 및 팀별 과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완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팀워크가 좋아지고 연구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목격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AI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만큼 앞으로는 지식의 암기보다 판단 능력 강화 및 새로운 지식 창출 노력, 공감능력 확장, 경쟁이 아닌 팀으로 일하는 능력 배양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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