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국 동거, 무조건 불허는 위법'
대구고법, 원심 깨고 약사 승소 판결…'약사법 취지 고려'
2014.10.15 20:00 댓글쓰기

같은 건물이더라도 병원과 약국의 공간 및 기능이 독립돼 있다면 이는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사공영진)는 약사 정 모씨가 대구 달서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등록 불가통보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정 모 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해 8월 약사 정 씨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한 건물 1층에 약국을 운영하고자 개설 등록을 신청했다. 해당 건물 2층부터 7층까지는 289병상 규모의 A병원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 달서구보건소는 약사법 규정을 이유로 개설등록 불가 처분을 내렸다. ‘의료기관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약국 개설이 불가하다’고 명시된 약사법에 의한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보건소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약사 정 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률 조항의 입법취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의약분업 원칙에 따라 병원 외래환자의 원외조제를 의무화하기 위해 약국을 의료기관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두고자 한게 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 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약국과 의료기관이 같은 건물 안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 조항을 확장해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건물 구조의 특성도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약국의 출입문은 남쪽 대로변과 인도 쪽에 있는 것이 유일하고, 약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A병원의 외부  출입구와 계단 및 승강기 등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시설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물 외벽이나 입구, 주차타워에 병원 간판이 부착돼있는 점, 1층에 또다른 종합내과의원과 점포들이 운영되고 있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약국과 병원이 공간적·기능적인 관계에서 독립돼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약사법 상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A병원과 약국 사이의 담합행위나 병원이 약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 또한 적어보인다”며 사건 처분을 취소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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