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국 불편한 동거 '금(禁)'
법원 '구조·공간 등 기준, 구내약국 역할 약국 개설 안돼'
2012.08.27 20:00 댓글쓰기

구조 및 공간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사실상 병원 내 구내약국 역할을 하는 약국은 병원과의 동거가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서울 성북구 소재 지하2층․지상 8층에 달하는 A병원 건물 1층에 약국을 개설하려던 약사 한 모씨가 서울 성북보건소가 이를 거부하자 제기한 약국개설등록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약사 한 씨는 지난 2월 A병원이 운영되고 있는 건물 중 1층 일부 공간에 약국을 개설하고자 보증금 3억원, 기간 5년으로 정해 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성북보건소는 한 씨가 개설하려는 약국이 A병원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한다며 약국 개설 신청을 반려했고, 한 씨는 "건물의 대부분이 병원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개설하려는 약국은 병원과 구조적․공간적으로 독립돼 있다"며 소송으로 반박했다.

 

그는 "건물 소유자나 A병원장과 아무런 인간관계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A병원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보건소의 반려 결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건소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건물에서 약국 예정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A병원이 사용하고 있다"며 "약국의 출입구도 A병원의 출입구와 별도로 설치돼있더라도 모두 같은 방향의 대로변을 향해있고 인접해 있어 병원 이용객이 곧바로 해당 약국으로 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건물 부근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약국이 개설될 경우 사실상 A병원에서 발행하는 원외처방을 전담하는 구내약국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 씨가 개설하려는 약국이 A병원과의 공간적․기능적 관계에서 독립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행정법원 제12부는 서울 강서보건소를 상대로 약국 개설등록신청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약사 조 모씨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도 "조 씨가 약국을 개설하려는 건물은 10%도 채 되지 않는 부분만 제외하면 모두 B한방병원으로 사용되는 곳"이라며 "한방병원과 조 씨의 약국의 출입문이 모두 대로변 쪽이어서 구내약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외에도 수원지방법원 및 부산지방법원 등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잇따라 나온 바 있어 의료기관 및 약국가의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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