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5000억원대 국가조달 백신 입찰 관련 담합과 30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4일 입찰방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중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의약품 도매업체 W사 대표 함모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입찰 방해 행위는 백신 입찰의 공정성을 해하는 것으로 국가 재정 낭비와 위기관리 시스템에 위험을 가할 수 있어 공익에 반하는 범죄”라며 “백신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제약업체들과 조직적으로 담합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함씨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이 사건 범행으로 함씨가 보건소 등에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를 폄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약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자의적으로 백신 공급 물량을 배분하고 도매상 입찰 가격까지 조정한 데서 함씨 범행이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횡령액 중 상당 부분이 접대비, 업무추진비 등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피해 회사들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횡령액 전액을 변제해서 피해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임중재 혐의도 재판부는 “액수나 기간을 보면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재자의 적극적 요구에 의해 소극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와 관련 "함씨가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구속기간을 비롯해 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면서 "함씨는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표창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함씨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웠겠지만 재판부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며 고민한 결과"라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유아에게 접종하는 결핵 예방용 BCG 백신을 수입·판매하는 업체들이 매출을 늘리려 백신 공급을 중단하는 등 담합을 벌였다며 검찰에 고발했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1월13일 입찰 담합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의약품 제조 및 도매업체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함씨 등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