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교육부가 부속병원을 가진 사립대학교를 대상으로 의약품 납품업체 거래실태를 조사한다.
이는 일명 ‘대학병원 직영 도매상’이라 불리는 업체들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파악하고 향후 대책을 준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학교법인이 설립한 의약품 도매상은 부속병원에 약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해 불공정거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지만 앞서 보건당국은 위법성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교육부는 최근 국내 36개 사립대학에 공문을 보내 오늘(30일)까지 부속병원 약품 납품업체 계약체결 내역과 관련해서 최근 3년치를 제출하라고 협조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합한 자료를 검토한 후 필요에 따라 제도개선, 행정처분 혹은 계도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제출 대상은 학교법인이 출자한 회사와의 수의계약과 입찰을 통한 계약 내역이다. 건당 2200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거래 건에 대한 총 계약금액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법인이 ‘0.0001%’라도 출자한 회사라면 대상이 된다.
소액출자 회사의 기준을 명시한 것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서 직영 도매를 운영하고 있는 법인을 솎아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약사법은 법인이 직영 도매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학병원은 49%의 지분만을 지니는 식으로 직영 도매를 운영해왔다.
경희의료원은 경희대학교가 지분 49%를 투자한 팜로드를 설립했고, 백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인제대학교와 연세대학교가 각각 49% 지분을 소유한 화이트팜과 안연케어로부터 의약품을 독점 공급받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이를 두고 ‘편법 운영’이라며 정부에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영도매는 의약품도매상 간의 불공정경쟁을 야기하고 제약회사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 등 의약품 유통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 유통업계가 문제를 제기하자 행정조사에 나섰던 보건복지부는 그러나 직영 도매에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7월 복지부 의뢰로 팜로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경찰도 약사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보건당국 등이 제재근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칼을 빼든 것은 최근 사립대학의 직영도매 설립 움직임이 다시금 활발해지면서다.
지난해 말에는 이화여대가 신성약품과 손잡고 직영도매를 추진한다는 설이 업계에 돌았다.
건국대학교는 병원에 오랫동안 납품해온 중양약품과 합작해 직영도매 '케이팜'을 지난달 설립했다. 병원계에 의하면 서울 소재 H대학병원도 최근 직영도매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약품 유통업계는 이번 교육부 실태조사가 '49% 지분소유 편법운영'에 관한 제도 개선의 시발점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업체는 을(乙) 중의 을(乙)로 병원과 제약사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며 “그간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직영 도매 근절을 위해 고발 등 다양한 방법을 취해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분위기”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