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판매' 내홍 격화되는 약사회
2011.05.02 21:50 댓글쓰기
서울시약사회(회장 민병림)가 ‘약권 사수’라고 적힌 빨간 띠를 두르고 약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서울시약사회는 정부에 밋밋한 대응을 해온 대한약사회와 '일반약 수퍼판매'로 등을 돌린 정부에 대한 성토 시간을 가진 것이다.

최근 정부의 결정에 따라 범위확대된 특수장소에서 약이 판매되더라도 약사 관리 하, 약국이 문닫는 시간에 판매될 수 있다는 것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대한약사회(회장 김구)의 입장이 “약은 절대 약국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서울시약사회의 의견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기획재정부는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안건을 확정, 발표한 것에 강력한 대응을 보이고 있지 않은 대한약사회에 대해 서울시약사회는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약은 이러한 대한약사회와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2일 늦은 밤 대한약사회 대강당에서 ‘의약품 약국외 판매 결사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上 사진-결의대회 중 '김구 회장 사퇴하라']



특히 서울시약사회가 대한약사회 임원진들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의 등장은 묘한 긴장감을 맴돌게 했다.

서울시약사회 민병림 회장과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은 나란히 자리에 착석, 결의대회 진행 동안 침묵만 지켰다.[下 사진-김구 회장과 민병림 회장]

의약품 수퍼판매를 강하게 반대해오면서 단식투쟁까지 진행해온 민병림 회장은 이날이 단식 7일째. 수척해진 모습으로 회원들 앞에서 말을 꺼냈다.

민 회장은 “마음이 너무 무겁다. 참담한 심정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민 회장은 “더욱 비통한 것은 대한약사회가 스스로 약사임을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갑자기 목이 메인 민병림 회장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다른 관계자는 이어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며 “약사사회가 정부의 호구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수퍼판매는 국민들을 사지로 모는 것이다.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한 사람도 있는 상황에서 약사들이 위험한 약을 먹지 말라고 복약지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숨 죽이는 분위기 속에서 김구 회장의 격려사가 진행됐다. 김 회장은 거듭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는 “대한약사회장으로서 회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지켜야하는데도 불구, 많은 근심을 끼치게 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 동안 대한약사회의 행보를 되새기며 김 회장은 “결국 심야응급약국과 당번약국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차질을 빚고 말았다”고 전했다.

그 동안 한 발짝 양보한 모습을 보이던 점에 대해 설명을 하려는 듯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수퍼판매를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 특수장소 확대 판매 등의 입장을 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에 김구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 의약품을 읍·면·동에 편의점 한군데씩 약국이 문닫는 시간을 이용해서 일반 약을 판매토록 제안했지만 정부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29일 기재부 발표에 따라 기재부는 그 동안 추진해왔던 의약품 수퍼판매를 철회하고 그나마 약사 관리 하에 판매되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검토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구 회장은 “현재 상황을 고수하면서 전면적인 투쟁으로 돌입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국민 불편은 해소하되 약사회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약속했다.


서울시약사회원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어진 의견 발언 시간을 빌어 한 회원은 결의대회 중간에 문 밖으로 나간 김구 회장에 대해 “대한약사회 회장이 회원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나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사진-대강당 앞에 붙은 목포시약사회의 대자보]

또 다른 회원은 “대한약사회 임원진들의 전면 사퇴를 촉구한다”고 주장해 박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결국 약사회는 바깥의 불만이 집안싸움으로 번진 가운데 단결력을 호소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시약사회는 이 날을 기점으로 민병림 회장의 단식을 종결하기로 결정, 서울시약사회가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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