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규제로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총 1조원이 넘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는 클래시스(2조3384억), 루닛(1조9277억), 원텍(1조1577억), 에스디바이오센서(1조3690억), 덴티움(1조3028억), 씨젠(1조1281억) 등으로 집계됐다.
유일하게 시총 2조원을 넘긴 곳은 클래시스다. 2007년 설립된 클래시스는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클래시스는 2017년 12월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1200억원이었으나 6년 만에 몸값이 20배 가량 뛰었다.
시총 2위를 달릭 있는 루닛은 의료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있다. 루닛은 동종 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한 기업이다.
루닛 역시 상장 당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보다 32% 낮은 3만원으로 결정하는 등 부진한 출발을 보였으나 약 1년여 만에 반전 성공 스토리를 일궈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원텍의 경우 코스닥 상장 1주년을 맞으면서 시총 1조원에 안착했다. 원텍은 동종 업계 루트로닉 매각 이슈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투자 업계에서 동종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만큼 원텍 기업 가치에도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치과용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덴티움은 동종 업계에서 유일하게 1조원을 넘기고 있다. 당초 오스템임플란트가 시총 2조원을 넘기며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지난 14일 자진 상장폐지되면서 대장주로 등극했다.
대표적인 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도 시총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에스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내세워 역사적 수혜를 누렸다.
다만 엔데믹에 따라 이들의 몸값도 내려앉고 있다. 실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초 시총이 2조9779억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씨젠도 지난 2021년 시총이 4조원대에 진입하는 등 연일 고점을 갱신했으나 엔데믹을 기점으로 곤두박질하고 있다.
시총 1조원에 진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산업 성장 궤도와 맞물려 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하면서 투자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의료기기 무역수지가 29.9억달러(3조8593억원)를 기록하면서 2020년 첫 흑자 이후 3년 연속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의료기기 생산액은 15조7374억원으로 2021년 대비 22.2% 증가해 역대 최고로 성장했다.
수출액(78.8억달러)과 수입액(48.9억달러)은 2021년 대비 감소(8.7%, 8.6%)했지만 환율상승으로 원화 기준으로는 다소 증가(3.0%, 3.1%)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도 11조8782억원으로 2021년 대비 30.0% 늘어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이 의료기기에 접목되면서 산업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변방에만 머물던 업계에서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