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울 300km 高3 학생 '재활치료 스토리' 감동
뇌성마비 진단 박하빈 학생, 보행재활로봇으로 '사회복지사 꿈' 실현 가능성
2022.02.21 12:08 댓글쓰기

오전 830분 세브란스 재활병원 로봇물리치료실로 대구 수성구의 동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박하빈 학생(20, )이 가장 먼저 들어선다.

 

방학 기간 어김없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2~3주 정도 입원해 엔젤렉스를 통한 로봇재활훈련이 박하빈 학생에겐 일상이 됐다.

 

익숙한 듯 담당물리치료사와 인사를 나누고 엔젤렉스 착용을 준비하는 하빈이와 그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는 어머니 최훈상씨(51)가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이란성 쌍둥이의 둘째로 태어난 하빈이가 첫째에 비해 발달이 느리다는 사실은 보행기를 태울 시기부터 알게 됐다고 한다첫째와 달리 보행기에서 까치발을 들고 뒤로 가는 하빈이는 생후 6개월만에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하빈이는 서너 살 무렵 주치의인 나동욱 세브란스병원 소아재활의학과 교수를 만나 10년 넘게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 왔다.

 

특히 나 교수의 추천으로 수년 전부터 착용형 보행재활로봇 엔젤렉스를 이용해 걷기훈련을 하면서부터 하빈이의 방학은 설레고 기대되는 일상이 됐다.

 

하빈이는 이제까지 재활치료와는 달리 내가 직접 움직이니까 끝나면 땀도 나고, 그냥 일어나서 걷는 것 자체가 좋아요. 로봇 타는 시간 외에는 앉아만 있으니까 눈높이가 항상 같은데 일어서면 느낌부터 달라져요. 내가 직접 걷고 나면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도 생겨 로봇훈련 하면서부터는 재활시간이 기다려져요라고 말했다.

 

하빈이 어머니는 아이가 로봇 훈련시간을 너무 좋아하는게 눈에 보여요. 엔젤렉스는 하빈이가 지면을 직접 밟아서 한 발 한 발 걷는 훈련이라 효과도 바로 보여서 멀어도 오지 않을 수가 없어요. 입원하면 바로 엔젤렉스 훈련부터 하겠다고 빨리 시간 예약을 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예요라고 전했다.

 

하빈이 학업과 재활 병행은 가족 모두의 협업 결과물

초등학교 당시 상장을 곧잘 받아오던 하빈이도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학업량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성장기에 접어들며 찾아온 2차 성징 때문에 학교생활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늘었다.

 

집 근처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겠다고 했는데 교내 휠체어 생활기반이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특수학교나 다른 학교 지원을 요청받기도 했다.

 

휠체어 생활하는 학생은 받을 수 없다는 학교 측에 맞서 고집 부린 끝에 입학했다. 다행히 입학 후 학교 측에서 배려와 함께 많은 준비를 해줬다.

 

하빈이 어머니는 휠체어를 탄 다른 아이들도 입학할 수 있게 돼 좋기는 한데 뭐든지 엄마인 내가 싸우지 않고 타협하면 하빈이의 일상에 장애물이 더 생기니까 내가 싸움닭같이 돼 버렸다며 예전 일을 회상했다.

 

학교도 문제였지만 하빈이 재활 때문에 서울행을 반복할 때마다 혼자 남아야 했던 하빈이의 쌍둥이 언니에게도 안쓰러움과 미안함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하빈이는 사춘기 무렵 로봇재활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성취감을 느끼면서인지 특별한 사춘기 없이 지나갔다. 언니는 보살핌이 부족해서였는지 사춘기 때 예민했다.

 

어머니는 하빈이가 아기일 때 데리고 서울에 가면 걔도 아기인데 다른 사람 손에 맡겨지게 됐어요. 하빈이처럼 재활이 필요한 아이가 있는 다른 엄마들 만나면 공통적인 고민이 바로 이 부분이죠. 재활이 필요한 애는 내가 옆에서 바로 챙겨주지만 챙겨줄 수 없는 애가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라고 말했다.

 

그랬던 언니도 지금은 고3이 된 하빈이의 재활과 학업을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언니가 공부할 때 모르는 것도 알려주고, 학교가는 준비도 많이 도와줘요.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어 같이 먹어요엄마가 언니의 사춘기 시절을 얘기하자 하빈이는 바로 언니의 좋은 점을 얘기한다.

 

지금 하빈이의 가장 큰 고민은 대입 수시 준비다. 재활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하빈이는 다른 수험생들처럼 오로지 학업에만 전념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

 

부족한 수학, 영어과목 때문에 학원에 가고 싶다고도 해봤지만 휠체어를 타는 하빈이가 다닐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갖춘 학원이 없어 엄마는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빈이와 엄마 목표는 '대학 합격과 재활독립'


 하빈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학업에서 밀리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집에 오면 공부만 해요. 뒷모습만 보면 전교 1등이지만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그래도 저는 학업과 재활 중에 재활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빈이 어머니는 아이들이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기능 저하된 상태로 지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재활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어머니는 엔젤렉스로 보행재활 훈련하면서 재활에 재미도 붙이고 자신감도 얻으면서 더 나이가 들면 혼자서도 재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생기니까 자기 목표도 정하고 생활하는 게 확실히 달라졌어요라고 반색했다.

10년 넘게 방학때마다 신촌 세브란스를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세대학교 입학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는 하빈이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런 하빈이를 보며 어머니는 이제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면 2~3주 시간내서 입원하는 것도 힘들 텐데 병원에 있는 로봇을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로봇으로 훈련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 다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와서 하빈이가 재활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는 게 제 소원이예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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