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오스템임플란트 휘청···또 터진 1880억 횡령
코스닥 역대 최대 규모로 직원 한명이 3개월간 불법행위, 당사자 잠적
2022.01.04 05:0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치과 임플란트 국내 1위, 전 세계 4위 업체 오스템임플란트가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자금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이 모씨가 회삿돈 188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되면서다. 이는 회사 자기자본 91%에 달하는 규모로 코스닥 역사상 최대 규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시가총액 2조386억 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시총 순위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씨가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속였다"면서 "해당 직원이 벌인 단독 범행”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직원 한 명이 거액의 회삿돈을 자유자재로 횡령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 사실을 인지한 후 지난 12월 31일 해당 직원을 고소한 상태다. 직원은 현재 잠적 상태다.
 
주권 매매거래 정지…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오스템임플란트 주권 매매 거래도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고 3일 오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장적격성 실질검사는 기업이 상장회사로 적격한지를 판단하는 심사다.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할 경우 기업 주식 거래를 정지하고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경우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린다. 기심위는 영업일 기준 42~57일 동안 실질검사를 진행한다. 기심위 결과에 따라 거래재개 또는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기심위에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되면 거래는 즉각 재개되지만 사건 경중, 회사 내부관리제도 등 책임소재에 따라 거래 정지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거래소는 횡령액 회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 이번 사건으로 오는 3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의견거절은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 의견거절을 받은 회사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해 경찰조사에 협조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모씨 계좌 동결 조치를 했고 회수 여부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반복되는 '횡령' 이번이 처음 아냐...내부통제 시스템 상실
 
오스템임플란트는 '회사도 속았다'는 입장이지만 직원 한 명이 1880억 원을 횡령할 수 있었다는 점을 두고 기업 태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횡령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2014년에도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최규옥 대표 등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최규옥 대표, 노 전 임원, 박 모 임원 등이 연관된 100억원 대 사건이었다. 이는 자기자본 11.5% 규모다.
 
최 대표 등은 지난 2008년부터 판촉용으로 제공한 중고 의료기기를 새 제품인 것처럼 속여 팔아 4억5000여 만 원에 달하는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회삿돈 97억원 가량을 국외법인에 부당 지원하고, 치과의사 60여명에게 해외여행 경비 명목으로 5회에 걸쳐 3억 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최규옥 대표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이번 횡령은 자금담당 부장급 직원이던 이 모씨가 직위 특수성을 악용해 짧은 기간에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이 모씨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에 걸쳐 회삿돈을 개인 은행과 주식 계좌에 이체했고, 상급자가 연말 자금 결산 내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3달 가까이 회삿돈이 빠져나가는 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점을 두고 허술한 내부시스템이 발단이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이 씨 범행은 불가능했을 거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네 구멍 가게도 아닌 기업에서 직원 한 명이 거액의 회삿돈을 자유자재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금 집행, 결제, 기록 등 분리기능 등 기본적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모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상장 유지를 위해 최대한 피해를 줄여나가고 내부 관리, 감사 시스템을 교정하며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 설립돼 글로벌 치과 기업으로 성장한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까지 ‘역대급’ 실적을 세우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실제 오스템임플란트 매출은 2016년 3446억 원에서 2018년 4601억 원, 2019년 5650억 원, 2020년 6316억 원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높은 성장성은 주가로도 반영됐다. 2020년 초반 2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지난해 16만 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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