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 판도 ‘제약→바이오’ 변동 예고
코로나19 장기화 속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 ‘2조·1조’ 개막 준비
2021.01.13 16: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그 핵심은 산업의 무게중심이 제약에서 바이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제약사들과 다른 성공 모델을 가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기업들이 신흥강자로 주목 받으며, 매출 2조원대 시대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 첫 매출 1위 차지…유한양행·녹십자 ‘추월’
 
국내 바이오 대장격인 셀트리온은 지난 2020년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으며, 바이오기업으로는 처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셀트리온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237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4.4% 성장한 수치다. 분기별로 보면 3분기 전년 같은 기간보다 96.4% 증가한 4874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형 성장은 물론 수익성도 향상됐다. 3분기 영업이익은 2343억원으로, 이는 2019년 3분기보다 138.5% 늘어났다. 누적 기준으로 봐도 117% 상승한 5500억원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바이오의약품의 수요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와 CMO(위탁생산) 매출 증가 등으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증권가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셀트리온이 기존 제약 빅5를 제치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3분기만에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제약 빅5 회사는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긴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처음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한 셀트리온이 올해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최초 매출 ‘2조 클럽’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약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해왔던 유한양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1285억원으로 셀트리온에 추월당했다. 분기 매출은 4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유한양행 영업이익은 731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34억원보다 212.3%가 늘었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143.1% 확대된 247억원이다. 
 
두 회사의 연매출은 더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유한양행의 연매출 전망치를 1조5928억원, 셀트리온을 1조8571억원으로 추정했다. 
 
GC녹십자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한 1조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7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6억원보다 23.6%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020년 3분기 한미약품·대웅제약 넘어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한미약품, 대웅제약을 따돌리며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에 이어 5위 자리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 매출 2746억원, 영업이익 5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8.57%, 영업이익은 139.46%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매출 2669억원, 대웅제약의 248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895억원으로, 작년 연간 매출 701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대웅제약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033억원보다 많으며, 한미약품 7985억원을 턱 밑까지 추격한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말까지 매출 1조527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상이 실현된다면 제약·바이오 매출 1조 클럽에 처음 진입하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1등’은 언제나 유한양행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번에 바이오기업이 제약·바이오산업 매출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은 전통 제약사에서 바이오기업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성장 모델 구축 및 R&D 투자 성공 비결
 
이에 따라 2020년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 두 축으로 비상한 바이오 신흥강자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약산업 판도를 바꾸는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빠른 성장은 전통 제약사와 다른 사업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 위탁생산(CMO)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신약 개발로 나아가는 단계적 성장 모델을 구축해 기존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벤처와도 차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인한 성과라고도 풀이된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6.86%다. 같은 기간 국내 제약사 1위 유한양행의 9.3%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차이가 난다. 
 
투자금액으로 봐도 셀트리온은 지난해 3031억원을 R&D에 투입했고, 유한양행은 1382억원을 쏟았다.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R&D 인력 규모도 전통 제약사를 넘어섰다. 상반기 기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R&D 인력은 각각 639명, 301명이었지만, 유한양행은 273명이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브랜드 평판 및 인지도 측면에서도 전통 제약사들을 앞서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11월 제약·바이오업계 브랜드 평판지수 1위는 셀트리온이 차지했다. 2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분석됐고, 신풍제약이 그 뒤를 이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업계에서 리딩 기업이 등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하지만 바이오벤처가 이들의 사업 모델을 모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각자 규모에 맞는 전략으로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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