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원료의약품 비중 절대적···'수급 차질 대응전략 모색'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긴장, '최악의 시나리오, '품목허가 변경까지' 고려'
2020.02.12 05:4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원료의약품 수급에 타격이 있어 업체들이 대응 시나리오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중국 원료의약품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2018년 기준 중국 수입 원료의약품 규모는 6억7808만달러(8045억원)로, 이는 전체 수입량의 32.9%(1위)를 차지한다.

이처럼 중국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이 높은 이유는 가격때문이다. 타 국가에 비해 20~30%가량 저렴하다보니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산을 택하고 있다. 최근 중국산 원료 품질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국내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3분의 1이 중국산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업체들마다 원료의약품 수급 대책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비슷하다.

◆ 단기 대응 "중국 내 감염 확산 동선 및 생산시설 현황 파악"


우선, 국내 업체들은 사용 중인 중국산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및 감염병 확산 현황을 검토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 또는 인근 지역에 공장이 위치한 경우 향후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 원료 공급에 차질이 있어 비상에 걸렸다"며 "구정 전(前) 항만 수출이 멈춘 상황에서 춘절 연휴마저 2월 10일에서 17일까지로 연기돼 원료의약품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약업계는 물론 제조업 전반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 제조업체의 생산 차질로 인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일부와 쌍용차 평택공장은 부품 재고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중국 우한에서 수입하는 원료 물질은 5개 정도다. 이중 Wuhan Wuyao Pharmaceutical가 생산하는 메트로니다졸 성분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는 씨제이콜마헬스케어, JW중외제약, 대한약품공업 등이다.

메트로니다졸 성분을 수입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원료의약품 수입을 6개월 단위로 진행하고 있어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날이 풀리면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중국 내 감염병 확산 동선을 살피며 원료 생산공장이 계속 가동되는지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장기 대응 "인도 등으로 해외 공급처 확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업체들마다 중장기 대응책도 모색 중이다. 공통적으로 원료의약품 공급선을 다변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품목허가 변경까지 염두에 둔 모습이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 업체를 1~2곳으로 정해 놓고 주기적으로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대량으로 물량을 구매하다보니 여러 업체를 선택하는 것보다 지정하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허가를 받을 때 원료의약품 공급처를 2곳 명시하고 있다"며 "우리의 경우 주요 거래처는 중국, 대체 거래처로 인도를 명시해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만약 중국 거래처에서 물량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인도로부터 원료를 수입하면 된다"며 "그러나 중국 거래처만 가진 업체들이라면 수입처 다변화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원료의약품업체로부터 특정 원료물질을 제공받는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품목허가 변경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대체재가 없는 원료를 중국 업체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 공급선 교체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만약 생긴다면 허가 사항까지 변경해야 돼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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