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톱 제약사가 잇따라 장기지속형 제형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라이 릴리가 카무루스와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트너사이자 유사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기업 펩트론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했다. 

펩트론은 "우리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차별화돼 있어 이번 계약이 기술이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플랫폼을 적용시키고자 하는 파이프라인이 동일해 펩트론의 본계약 체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일라이 릴리는 스웨덴 제약사 카무루스(Camurus)와 최대 8억7000만달러(약 1조1900억 원) 규모의 기술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카무루스의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인 '플루이드크리스탈(FluidCrystal)'을 통해 인크레틴(인슐린 분비 조절 호르몬)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를 공동 개발·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클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당뇨·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약효를 더 길게 낼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카무루스의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기술을 택한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노보노디스크,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는 모두 피하주사 방식으로 투여되는데 환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복부와 허벅지, 팔뚝 등 피하부위에 자가 주사해야 해서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투약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11월 아센디스파마와 최대 2억8500만 달러 규모의 장기기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일라이 릴리가 도입한 '플루이드크리스탈' 플랫폼은 약효를 수개월까지 지속시킬 수 있다. 약물이 체내에 접촉하면 젤 상태로 전환되면서 서서히 방출돼(서방성 약물방출) 투여 간격이 늘어나게 된다.

일라이 릴리는 티르제파타이드 성분 외에도 레타르루타이드, 오르포글리프론, 엘로랄린타이드 등 복합작용제 기반의 비만·당뇨 파이프라인을 확장 중인데,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이 최대 4종의 파이프라인에 적용될 예정이다.

펩트론, 릴리 계약 후 주가 372% 상승…기술이전 불확실성에 하한가 

다만, 일라이 릴리와 카무루스 계약으로 파트너사인 펩트론 기술이전 불확실성이 커지며 4일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펩트론은 앞서 지난해 10월 7일 일라이 릴리와 1개월 이상 지속 가능한 약물 전달 플랫폼에 대한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하고, 스마트데포(Smart Depot) 플랫폼을 릴리 펩타이드 계열 약물에 적용키로 한 바 있다.

이에 펩트론 주가는 계약 이후 372% 올랐으며, 올해 들어 130% 등 1년 사이에 무려 537% 급등했다. (6월 2일 종가 기준)

펩트론은 "일라이 릴리와 카무루스 계약이 자사의 계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펩트론 스마트데포는 초음파 분무 건조를 통해 펩타이드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약물을 미세한 구체 형태로 캡슐화)하는 방식이다.

캡슐화된 마이크로스피어가 체내에서 서서히 분해되면서 캡슐 속에 있던 약물이 지속적으로 방출돼, 1주에서 최대 6개월까지 원하는 기간 동안 약효를 지속시키도록 제어할 수 있다. 

또 스마트데포는 약물 혈중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부작용을 줄여준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펩트론은 "일라이릴리와의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성 평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고하며, 순항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이오업계 한 전문가는 "펩트론이 릴리와 체결한 계약은 기술성 평가다. 평가 후 공동연구 본계약이나 기술이전 계약 단계로 갈 수 있다"며 "펩트론과 카무루스의 플랫폼 원리는 다르지만, 적용 예정인 파이프라인이 동일하기 때문에 펩트론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