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 '정치인·조폭등 의사 폭행 빈번'
2003.12.05 02:19 댓글쓰기
"환자들 가운데 의사를 폭행하는 사람은 정치권력자, 아니면 조직폭력배다"

최근 현역 국회의원이 대학병원 전공의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의료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를 폭행한 이는 야당소속의 초선 국회의원인 H의원으로 알려졌으며, 폭행 사건 당사자로 알려진 해당 의원실에서는 "그러한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와 관련 근본적인 문제는 국회의원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으로 불려지는 인사들의 의사 폭행 사건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정치권력자들로 불려지는 이들이 병원에서 의사를 폭행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응급실 등 진료현장의 최일선에서 환자를 대하기 때문에 폭력이나 폭언에 빈번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조직폭력배들의 경우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협이 최근 수련병원 전공의 714명을 대상으로 '수련 실태 및 의사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나 보호자에 의해 폭언, 폭행 및 소송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가 74.5%(532명)에 달했다.

전공의협의 한 관계자는 "특히 전공의등 의사를 폭행하거나 폭언하는 이들 가운데 사회지동층 인사나 조직깡패가 상당수에 달한다"며 "병원에서 쉬쉬해서 그렇지 모두 노출된다면 그 사례가 상당수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 큰 문제는 의사를 폭행한 이가 국회의원 등 정치권력자일 경우 병원 차원에서도 쉽사리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폭행 사건도 약 3개월 전에 발생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폭행 당사자가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탓에 쉽게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전공의협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전공의 폭행 사건을 외부에 알린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예방차원에서 공개한 것"이라며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자 전공의협은 최근 전국 1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폭력실태 조사에 착수,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에서 이뤄지는 전공의 폭력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공의협은 "폭력사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며, 만일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법적 대처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폭력의 우려 속에서 진료를 할 때 당연히 방어적·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적극적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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