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전공의 정원 책정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가운데 방사선의학회 및 흉부외과학회 등 일부 학회는 당초부터 전공의 정원을 줄여 신청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기존 이들 학회들이 정부의 전공의 감축 정책에 대해 반발, 정원을 늘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오던 것과 정반대되는 양상으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일부 학회들의 행보는 미달과의 전공의 확보와 수련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련 병원들의 정원 증대 요구와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반발이 야기될 전망이다.
방사선의학회는 병원신임위원회에 2004년 전공의 정원을 전년에 비해 9명 줄여 신청했으며 흉부외과 역시 4명이 줄어든 정원을 요청했다.
더욱이 아직 큰 미달 사태를 겪지 않은 산부인과학회도 13명을 줄여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방사선의학회 허감 이사장은 “전공의 수를 무작정 늘려 잡는 것은 현재의 수급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다 근본책을 찾기 위해 수련병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 수를 줄여 신청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즉, 전공의 정원을 줄여서 신청하게 된 것은 과 활성화와 질 제고를 위한 하나의 복안이라는 지적이다.
흉부외과학회측도 “흉부외과분야는 타과에 비해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역할이 큰 분야”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를 줄인 것은 보다 소신있는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학회 한 고위 관계자 역시 “산부인과가 급격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어 정원 신청을 줄이게 됐다”며 “미달과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보다는 정원을 줄여 꼭 필요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학회들의 움직임에 각 수련병원에서는 마땅치 않다는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 대학 병원 수련교육팀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수가 적어 수련 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는 미달과에서 정원을 줄여 신청한 것은 후학 양성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과 전남대화순병원 등 신설 수련병원이 생겨난 상황에서 전공의 수를 줄인 것은 각 병원이 가져올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더욱 크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도 "전공의의 역할이 단순히 후학으로의 교육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인력 활용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인만큼 학회측에서 병원 입장을 고려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