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법 개정으로 임신·출산 전공의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면서 외과계가 수련체계 재정비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모성보호 확대 자체에는 교수와 전공의 모두 공감하지만 수련시간 감소와 진료 공백, 전문의 양성 과정의 완결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외과 주임교수 및 과장 회의와 특별세션 ‘전공의 수련과 모성보호’를 통해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최근 개정된 전공의법이 수련 현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향후 제도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수련 공백 현실화…준비 안된 보완책
논의 출발점은 지난해 말 개정돼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전공의법이다.
최동호 대한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한양의대)는 연속 근무시간이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됐고, 임신·출산 전공의 보호 규정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임신한 여성 전공의와 출산 후 1년 이내 전공의에 대한 야간·휴일 수련 제한이 적용되며, 육아·질병·입영 등에 따른 휴직 허용과 동일 수련과목 복귀 보장, 수련 연속성 보장 규정도 새롭게 마련됐다.
최 이사는 “임신하거나 산후 1년 사이에는 야간·휴일 수련에 상당한 제약이 생기게 된다”며 “특히 외과는 여성 전공의 비중이 높은 과인 만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수련 현장에 미치는 영향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재임 대한외과학회 다양성특임이사(가톨릭관동의대)는 이를 적용할 경우 외과 전공의 수련시간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이사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전공의의 경우 실제 수련 기간을 따져보면 과거 4년제 수련과 비교해 수련 시간이 49% 감소한다”며 “이 같은 수련 환경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추가 수련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이사는 “추가 수련 기준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정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병원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면 전공의 간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인력 없는 모성보호 딜레마
전공의들도 현재 수련환경 자체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의주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서울아산병원 외과 레지던트)은 2026년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외과 전공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6.1시간인 반면 강의·발표·시뮬레이션 등 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보호수련시간은 2.5시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외과 전공의 13.9%는 보호수련시간이 단 1시간도 확보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덧붙였다.
지도전문의 교육 역시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 응답자 61.1%는 지도전문의 지정이 형식적이고 실질적 교육이 부재하다고 답했고, 52.8%는 지도전문의의 과도한 진료 부담으로 교육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모성보호 규정 준수율도 높지 않았다. 임신 중 주 40시간 제한이 지켜지지 않은 비율은 51.7%, 산후 1년 이내 근로 제한 기준 미준수 비율은 41.6%로 조사됐다.
이 부회장은 “연속 근무 종료 후 발생하는 공백의 69.1%는 또 다른 전공의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며 “한 사람의 권리가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충족되는 구조 안에서 법은 권리가 아니라 부담으로 변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과계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성근 대한외과학회 산하 외과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회장(가톨릭의대)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사례를 소개하며 임신·출산 전공의 보호와 수련 완결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모성 보호는 법령에 따라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수련 요건을 완화하거나 수련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전문의를 배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어느 나라도 그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 결손된 수련은 정상적인 전일제 수련 과정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출산 휴가로 인해 발생하는 대체인력 비용은 수련병원만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와 수련 체계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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