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감염 위험군 당뇨환자 '고통' 심화
당(糖) 관리 필수 알코올솜 품귀·전화처방 거절 내원 불가피 등
2020.03.10 05:1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감염 위험군인 당뇨병 환자들이 질병을 관리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국민 전체가 손소독제를 널리 사용하면서 알코올 재료가 귀해져 당뇨 측정을 위한 채혈 뒤 필요한 알코올솜 단가가 크게 올랐다.

마스크 품귀현상 또한 코로나19 감염 시 사망 위험이 높은 당뇨병환자들에게는 더욱 큰 공포로 다가와 마스크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화처방 및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대구·경북 지역 외에서는 대부분의 동네의원에서 이를 거절하는 분위기다.

인슐린이 꼭 필요한 제1형당뇨병환자의 경우 특정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기에 해당 병원에서 전화처방을 거절할 경우 선택의 여지 없이 감염 위험이 있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신장질환 등 합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함에도 신장투석을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내원하는 실정이다.

당뇨병환자 커뮤니티 관계자는 “손소독제를 생산하는데 알코올이 많이 이용되다보니 알코올재료가 부족해 알코올솜을 만드는 물량이 줄어들었고 가격이 오르게 됐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손소독제 뿐만 아니라 알코올솜까지 핸드폰 소독 등을 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100매에 1500원 정도로 팔던 알코올솜은 최근 무려 4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도 “당뇨병환자들은 주사바늘을 통해 주기적으로 혈당을 체크해야 하기에 당뇨관리를 위해서는 알코올솜이 꼭 필요하다. 이렇듯 꼭 필요한 소모품이라 구하기 어려울 지라도 비싼 값에 구매하거나 환자 단체 내에서 서로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제1형당뇨병환자와 같은 건강상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한정해 알코올솜과 같은 물품을 유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스크에 대해서도 코로나19에 취약한 기저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커뮤니티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당뇨병 환자들의 공포심이 특히 큰 상황에서 마스크가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다는 환자들이 꽤 많다. 공포감이 특히 심한 경우에는 다니던 회사를 관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병의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를 통해 약을 처방받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대구·경북 지역 외 대부분 의료기관들은 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뇨병환자들은 여러 병원에 문의해 전화처방을 허용하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특정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제1형당뇨병환자들에게는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환우회 관계자는 “건보공단에서 주사바늘 등의 소모성재료는 과거에 청구한 내역이 있으면 처방전 없이 처방이 가능하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인슐린은 직접 내원해서 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화처방부터 대리처방까지 분명히 허용했지만 반 이상의 병의원에서는 다 안 된다고 한다. 특히 제1형당뇨병환자들은 특정 상급종합병원에서 이제까지 받은 진료내역이 중요하기에 전화처방을 허용하는 병원을 찾기가 더욱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의원에서는 제1형당뇨병을 보지 않으며 전화처방을 하는 병원을 찾는다고 해도 처음부터 검사를 다시 하도록 요구하곤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사협회에서도 만성질환 쪽에 한해서는 전화처방을 허용하자고 말한 걸로 알고 있는데, 결국 의료인 개인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 법이 아닌 지침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전화처방을 거절한다고 해도 고발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합병증을 앓고 있는 당뇨병환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 환자보도 현저히 높은 반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병원을 내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도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를 별도의 그룹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과 장기이식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장소에서 50여 명이 동시에 다닥다닥 붙어서 5시간씩 함께 있어야 하는 신장투석 환자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어 그는 “투석환자는 자가격리나 폐쇄조치로도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투석환자가 14일 동안 투석을 안 받고 격리되면 요독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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