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은 수십 년 동안 반복 논의돼 온 사안이다. 그동안 논의 결론은 항상 같았다.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현장 혼란을 막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오랜 경험과 현장 목소리를 무시하고, 제도 개편을 강행코자 하고 있다.
현행 체계는 방대한 검사항목과 복잡한 검사료 구조 속에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 검체를 직접 채취하고 진료 정보를 보유한 위탁기관이 검사료를 일괄 청구하며, 수탁기관과 개별 계약으로 정산하는 방식이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은 책임과 비용을 명확히 분담할 수 있었고, 환자 진료와 검사 서비스도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현장 경험과 필요를 기반으로 오랜기간 정착해 온 것이다.
"다양한 검사 환경과 진료 상황 고려, 획일적 배분 현실적으로 적용 어렵다"
지난 2023년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수많은 검사 특성과 진료과별 차이 때문에 위·수탁 기관 간 일률적인 배분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일본처럼 시장 질서에 따라 자율계약에 의한 상호정산 방식이 제안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다양한 검사 환경과 진료 상황을 고려할 때 획일적 배분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고 현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검사기관 질(質) 관리와 공정한 보상체계 마련보다 사회적 사건과 국회 국정감사 지적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2,000억 원이 넘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배분을 일률화하는 등 보상체계 개편에만 집중한 대책을 내놓았다.
사실 과거 검사료 수가 책정 당시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검사료를 구분해 상대가치점수를 책정했어야 함에도, 정부는 검체 채취료나 관리료조차 지급하지 않은 채 적절한 조치나 개선 없이 관행적인 분배 방식과 시장논리에 맡겨 제도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검체 변경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자 이제 와서 그 책임과 비용 부담을 모두 위탁기관에 전가하려고 한다.
이대로라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일차의료기관들은 더 이상 검체검사 의뢰를 하지 못하고 줄이게 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진단이 지연되고 치료 시점이 늦어지면 결국 치료 결과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더 심각한 문제는 지방 필수의료가 빠른 속도로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이다.
개편안은 법적·행정적 문제도 동반한다.
수탁기관이 독자적으로 청구하려면 환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높아지고, 환자 입장에서도 본인부담금을 두 기관에 납부해야 하는‘이중 결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환자들 신뢰를 떨어뜨리고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행정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현재 심평원은 심사물량 증가로 심사체계 개편과 효율화를 추진 중이지만 분리청구로 청구 내역이 분산되면 5만 여개 검체검사료 수가 코드 관리가 복잡해지고, 시스템 이중관리로 인한 정보 오류와 비효율이 우려된다.
수탁기관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기 때문에 진료기록과 계약 주체가 아니며 별도 청구시 개인정보 이전과 검사료 청구·환수 과정에서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위·수탁 기관 간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제도 개편으로 인한 재정 손실에 대해 진료과별 요구 반영한 보상책 마련 전제돼야"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논의에 오랜기간 참여해온 경험상, 상호정산 방식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입장은 변함없다.
다만 일차의료 현장 붕괴를 막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제도 개편으로 인한 재정 손실에 대해 진료과별 요구를 반영한 보상책 마련이 전제돼야 정책 변경 논의에 협조가 가능하다.
진료과별로 요구되는 적정 보상안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의료서비스 지속성과 환자 안전을 확보하는 필수 요소다.
반대로 의료계 의견을 배제한 채 제도 개편을 강행하거나 내년에 예정된 상대가치 개편에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의료계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은 단순한 수가 조정 문제가 아니다. 일차의료와 한국 의료체계 전체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현장 의견수렴 없이 현실과 괴리된 규제는 결국 제도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부는 제도 실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신중한 접근을 통해 일차의료 붕괴를 막고, 국민건강을 지키는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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