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단계적 주4일제 도입을 내세운 가운데, 의료기관들이 다양한 모델 실험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의료기관 주4일제 시행 가늠자가 될 세브란스병원 시범사업 평가 결과가 12일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공유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기관 최초로 2023년 신촌 3개 병동으로 시작해 현재 신촌·강남 5개 병동에서 간호사 대상 주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 결과, 퇴사·이직률 및 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이 소개한 시범사업 참여자 설문(총 6회) 분석 결과, 참여자들 3년 미만 퇴사율은 시행 이전 2년과 비교해 12.5%p 줄었다. 참여하지 않은 병동 간호사들의 경우 같은 기간 내 4%p 감소하는 데 그쳤다. 

참여 병동의 병가 비율은 2021년~2022년 3.05일에서 2023년~2024년 2.2일로 줄었지만, 미참여 병동은 같은 기간 내 2.8일에서 3.5일로 증가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임금 삭감 없는 모델·선택적 도입·자율성 등 고려···추가 채용·인건비 관건 

이 같은 결과가 쌓이는 동안 의료기관 현장의 주4일제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신촌·강남·용인 병원 시범사업 확대, 상근부서 격주4.5일제 등을 요구 중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보건의료노조 71개 의료기관은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주4일제 도입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주4일제 시범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하고 유연한 노동시간 단축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세브란스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은 시범사업 참여자의 임금을 비참여자인 주5일 근무자 대비 10% 삭감했다. 손 연구위원은 "'100% 임금-80% 근무시간-100% 생산성' 등 다양한 유형과의 비교 가능성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적 또는 선택적 도입 여부, 근로시간 단축 후 기존 근무방식으로의 복귀 가능성 등 유연성과 자율성 부분도 제도 설계 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주4일제 시행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백을 채울 추가 인력이다. 손 연구위원은 "일정 수준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실질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병원 입장에서도 인건비가 가장 큰 고민이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시범사업 시행에 있어 인건비 고민이 컸다"며 제도적 지원을 강조했고, 권영식 연세의료원 인사국장은 "우리병원에서 시범사업에 드는 인건비가 3년 간 약 12억원"이라며 비용 대비 효과를 잘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 노조는 주4일제를 위한 인력 확충을 하고자 해도 총액인건비, 총정원제에 묶여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을 전했다. 

"대형병원 주4일제 활성화 시 중소·지방병원 인력 흡수···간호사 외 인력도 적용 방안 고민" 

이 같은 의견을 들은 정부는 주4일제 시행을 위해 다각도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력 확충, 구체적인 지원 방안, 병원 간 인력 쏠림 등 많은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과장은 "365일 가동돼야 하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반드시 인력을 채워야 하는 보건의료서비스 특성을 감안하고,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하향도 달성하려면 대규모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브란스병원처럼 대형병원에서 주4일제가 활성화되면 중소병원과 지방병원에 인력이 충분히 가지 못한다"며 "재정 지원은 쉬운 모델이다. 어떤 방식으로 주 4일제가 시작돼야 하는지 논의하고, 간호사 외 보건의료노동자에 적용할 방법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