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쉽게 말해, 사과 표현이 곧 법적 책임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의료사고 이후 의료인의 진정성 있는 감정 표현과 설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송윤진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원광대 법학연구소 학술지에 ‘의료분쟁 대응을 위한 사과법 제도 설계와 책임 구조 재구성’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송 연구원은 “의료인 사과 표현이 민‧형사상 불리한 증거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사과법은 단순한 면책 도구가 아니라 설명과 책무성 중심의 책임 재구조화를 위한 제도적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의료현장은 환자의 높은 기대 수준, 감정 중심 분쟁 대응 방식, 의료사고에 대한 강한 법적 추궁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료인의 감정 표현은 종종 침묵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사과법은 단지 외국 입법례를 이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 의료문화와 법제도의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사 개인에 귀속된 책임, 조직 중심으로 전환 필요”
연구는 의료사고 책임을 의료인 개인에게만 귀속시키는 현 구조가 의료인의 방어적 진료를 강화시키고 의료비 증가 및 시스템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사과법 설계는 ‘다층적 책임 구조’로의 전환을 주요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즉, 설명 책임은 의료인에게, 제도적 책무성은 의료기관에 분담시키는 이원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이 환자와의 초기 소통에 보다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의료인은 진정성 있는 감정 표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사고 직후 일정 부분의 조직적 책임 분담, ‘환자 소통 전담자’ 혹은 ‘사과 전담팀’ 운영, 의료기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 마련 등이 포함된다.
“법제도적 보완 장치 병행돼야 실효성 담보”
사과법이 단순한 선언적 입법에 그치지 않고 실효적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제도 보완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논문은 ▲의료분쟁조정법 내 사과 조항 신설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례 제정 ▲공적 사과 가이드라인 마련 ▲의료기관 내 감정 지원 및 소통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특히 호주 등에서 활용 중인 ‘오픈 디스크로저(Open Disclosure) 핸드북’과 같은 표준화된 안내서를 도입해, 의료진이 혼란 없이 사과의 시기‧내용‧표현 방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의료진 감정 노동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에게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심리적 회복과 분쟁 조기 종결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쟁조정제도 병행 운영, 체계적 통합 필요”
사과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료분쟁조정법 등 기존 제도와의 유기적 연계도 핵심 요건으로 지목된다.
송 연구원은 “사과는 감정적 신뢰 회복에, 조정은 법적 분쟁 해결에 각각 초점이 있는 만큼, 양 제도는 병행 운영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과 중재자와 조정위원회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사과 교육, 감정 지원, 조정 절차 등을 연계한 통합 시스템을 마련할 경우, 의료현장에서 보다 신속하고 신뢰 기반의 분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료계 반발 지속…“실효성 위해 정교한 제도화 필수”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과법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법체계와 의료소송 관행 차이를 이유로 영미권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감’ 표현조차 법적 책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 부담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헌법상 양심의 자유 침해 소지, 진료권 위축, 필수의료 기피 현상 등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환자단체는 “사과법이 의료인의 책임 회피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법 적용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피해자 보호 방안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사과는 감정의 제도화이자 책임의 재구조화”라며 “감정 표현과 법적 판단 시간차를 존중하는 설계가 병행될 때, 의료현장에서 신뢰와 소통 기반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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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Disclosur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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