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와 병원, 공존 가능한가
'보수적 의료기관 직장문화, 새로운 목표의식 설정 필요'
2022.01.19 11:5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이슬비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물결이 의료계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하나씩, 그러면서도 급속도로 병원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 병원환경 변화는 곧 환자 경험의 새로운 단계로 이어졌다. 주요 의료기관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됐고, 그런 변화 과정에서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됐다.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이 다시 주목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인적 자원의 효율적이고 적절한 활용은 디지털 시대 의료기관 역량 관리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일어나는 시점, 다음 세대 의료기관 역량관리를 위해 병원이 가야할 길을 데일리메디가 조망했다. [편집자주]
 
① 스마트병원, 여전히 핵심은 '기술' 아닌 '사람'
② 변화무쌍한 미래, 의료서비스 질 어떻게 높이나
③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진정한 의료서비스 혁신
⓸ MZ세대와 직장으로서의 병원, 공존은 가능한가
 
새롭게 등장한 ‘MZ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출생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사회에 본격 진출하면서 베이비부머, 386 등 기성세대들 고민이 깊다. 퇴사·이직에 거리낌 없는 MZ세대를 이해하고자 소통 관련 연구가 쏟아졌고,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MZ세대 또한 관심사로 부상했다.
 
보건의료산업은 간호직을 중심으로 타 산업 대비 상당히 높은 퇴사율·이직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현재 약 2년째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업무가 과중,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내 MZ세대의 특성은 무엇인지, 이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어떠한지. 두 세대가 서로를 존중하며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퇴사 결단 주저함 없어요"
 
MZ세대 특징 중 하나는 ‘퇴사 결단’에 망설임이 덜하다는 점이다.
 
실제 신입사원이 회사를 떠나는 일은 날로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입사 1년차 신입사원 퇴사율은 ▲2010년 15.7% ▲2012년 23.6% ▲2014년 25.2% ▲2016년 27.7% ▲2019년 48.6% 등으로 늘었다.
 
이직률도 마찬가지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1397명을 대상으로 연차별 이직경험을 조사한 결과, 1년차 신입사원 중 이직 경험이 있는 경우는 77.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0년 집계된 37.7%의 약 2배다. 
 
퇴사율·이직률은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어려운 제조·소매·레저·의료산업 등을 중심으로 근래 6개월 간 퇴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는 특히 간호사들의 퇴사율·이직률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헬스데이터,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지난 2919년 1년차 미만 간호사 사직률은 45.5%로 집계됐는데, 이는 타 산업 평균 이직률 4.8%의 약 9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공공병원 등 전국 36개 병원에 재직 중인 간호사 1만6296명을 대상으로 퇴사율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간호사 2535명이 사직서를 던져 퇴사율 15.55%를 기록했다. 
 
이는 간호사를 제외한 타 직역의 평균 퇴사율 6.67%에 비해 약 2배 높은 수치이며, 1~3년 등의 저연차 간호사들의 이직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자 중 1년차 간호사는 942명으로 37.15%를 차지했으며 2년차는 430명(16.96%), 3년차는 315명(12.42%)으로 집계됐다. 
 
주된 사유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32.3% ▲낮은 임금수준 18.1% ▲태움 등 직장문화와 인간관계 13.1% ▲건강상 이유 11.6% ▲다른 직종으로 변경 10.5% ▲임신‧출산‧육아 6.8%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7만70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3교대 간호사의 80.1% 즉, 5명 중 4명은 이직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무엇이 힘들까···“상호 존중 기반 소통”
 
이렇듯 높은 신입 간호사의 퇴사·이직 양상을 두고 타 산업 대비 전문성·서비스의 질이 동시에 요구되면서 교대근무라는 특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산업인력개발학 교수는 “전문성과 서비스를 동시에 요구하는 직군은 흔치않지만  간호직군의 경우 술기 전문성·서비스 수준뿐 아니라 교대근무까지 요구하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MZ세대 특성 상 이러한 구조를 참고 견디겠다는 생각이 기존 기성세대들보다 덜한 면은 있지만, 분명한 점은 개인적인 특성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최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일각에서는 “힘들게 들어간 좋은 직장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찬 교수는 신입사원의 빈번한 퇴사 등의 문제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장기간의 과로로 소진된 상태에서 그야말로 살기 위해 마지못해 사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태움 문화,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과중을 병원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퇴사자·이직자는 계속 느는데 기성세대들이 이를 개인적인 특성으로만 바라보고, 근무환경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본인들도 불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5 상급종합병원에 14년째 근무 중이며 MZ세대인 간호사 A씨는 자신의 신입간호사 시절과 현재 신입간호사들과 일하는 경험을 소개했다. 
 
A씨는 “신입시절 근무 시작 시간은 오전 8시였지만 신입이다 보니 업무 준비를 위해 6시 40분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며 “누구도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아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체력적인 수고는 일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니 괜찮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질문했을 때 질문 자체를 비꼬거나 본인 기분에 따라 대하는 것, 실수를 꾸짖고 나서 실수를 희화화하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14년차가 된 그는 신입 간호사와의 소통이 다소 어려운 점은 있지만 상호 존중한다면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고 느끼고 있다. 
 
A씨는 “요즘 신입 간호사들 중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많이 느낀다”며 “전반적 상황을 살피기보다 자신의 의견 표출에 집중하고 격의가 없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세대가 그렇지 뭐’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세대 간 문화·분위기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한다면 소통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세대적 특성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행정직은 "이런 결정을 내리는 젊은 직원들은 분명 힘들만한 일과 환경이 있다. 단순히 ‘끈기가 부족하다’라는 이야기로 치부하는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예전보다 취업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힘들게 얻은 직장을 포기하는 데는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B씨는 강조했다.
 
B씨는 이어 직장상사인 기성세대와의 가치관 차이는 오히려 업무 중에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차가 오래된 직원들 경우 개인의 경험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판단과 선택을 할 때 개인의 경험에만 의존할 때는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 생각은 어떨까. 이들 또한 젊은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에 종종 어려움을 느낀다는 고충을 피력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 행정직원 C씨는 “젊은 직원들의 경우 불만이 생겨도 대화를 하지 않고 소통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세대는 자기 주장이 강하다. 긍정적 측면은 소신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경우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MZ세대 관통 3개 키워드, 효율적 조직 위한 ‘열쇠’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운 사회변화의 산물인 ‘MZ세대’와의 공존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예전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들과 공존하기 위해선 새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습을벗어 던지고 적정한 조직문화를 일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변화의 핵심인 MZ세대를 파악하기 위해선 ‘나’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기관 컨설팅 전문기관 헬스와이즈의 김민정 대표는 “MZ세대가 말하는 ‘나’란, 직장의 구성원이 아닌 자신의 삶의 주인공인 ‘나’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기성세대들은 직장이라는 나보다 힘이 센 상대(조직)에게 자신을 희생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MZ 세대들은 각 개인의 선택은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개념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라며 “이들을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변화된 사회에서 경험한 결과치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MZ세대를 이해하고 효율적인 조직의 일원으로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개의 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며 공정과 성장, 가치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단편적이거나 지시에 의해 윗 사람의 일을 이행하는 게 나의 성장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기고 '가치'롭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과정의 공정성과 체계적인 업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MZ세대에게 공정한 절차와 성장을 제공하기 위해선 급여제도, 직급제도, 평가제도, 보상제도의 체계화와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 제도를 통합할 수 있는 기준은 ‘직무’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신의 직무와 무관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방법은 더 이상 그들에게는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구습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MZ세대가 ‘예전 세대’와 같은 직무의식을 갖고 일하기 위해선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 조직의 장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MZ세대가 조직의 50% 이상을 구성하는 시대’에 병원 조직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가진 새로운 세대’로 여기는 시선을 거두고 ‘가치를 중요시하는 합리적인 자기 주장을 가진 젊은이’들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MZ세대가 자부심을 가지고 의료의 가치를 이행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병원조직 관리자들의 새로운 과제라고 그는 힘줘 말했다.

박정연·이슬비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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