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관심 폭발 병리과, 웃픈 현실 '쓴웃음'
조국 후보자 딸 논문 의혹 등 집중 조명···'병리과 뭐하는 곳이죠' 문의 쇄도
2019.08.29 05:2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병리과 의사들이 갑작스런 세간의 관심에 쓴웃음을 짓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논문 연구부정 의혹이 불거진 이후 쏟아지는 사회적 관심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당 논문이 병리학 관련 내용이고,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리과는 조 후보자 딸 논문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병리학회는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의대 병리과 A교수에게 2주 내에 소명을 요구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병리학회지 수준을 폄훼하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학술단체로서의 위상에도 적잖은 상처를 받아야 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건 병리과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는 생소한 병리과에 대해 묻는 질문이 쇄도했다.
 
병리과는 무슨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냐”, “병리과 의사와 임상병리사가 다른 것이냐등 병리과의 낮은 인지도에 기인한 질문이 상당수였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병리과 교수는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관심에 당혹스럽다면서도 병리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이 정도인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사실 의료계 종사자들 조차 병리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이제부터라도 병리과 인식 제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리과는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과 함께 질병의 진단을 내리는 대표적인 임상지원과다.
 
진단검사의학과는 혈액, 소변, 대변, 객담 등을 활용하고, 병리과는 주로 세포를 관찰한다. 소위 조직검사를 통해 암이나 질병을 찾는 게 병리과 의사들의 역할이다.
 
수술이나 조직검사로 떼어낸 신체조직을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뒤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보고 진단을 내리는 이 병리학은 무려 100년 이상 의학계의 주된 진단법이었다.
 
때문에 다른 전문과목에 비해 역사도 상당하다. 국내 역시 1962년 병리과가 신설됐다. 지금의 진단검사의학과도 병리과에서 분리된 전문과목이다.
 
오랜 역사와 임상현장에서의 중요성 역시 상당하지만 병리과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명맥을 이어갈 후학들의 기피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젊은의사들 사이에서 기피과로 인식된지 오래다. 매년 전공의 모집에 나서지만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병리과 레지던트 1년차 충원율은 201735%에서 201828.3%, 201926.5%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병리과를 전공하고 있는 레지던트들이 후배나 동생에게 추천하지 않겠다는 설문결과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개원하기 힘든 전문과목,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수련환경, 일자리 부족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 이유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병리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의 낮은 인지도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젊은의사들의 무관심이라며 병리과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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