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긴장···시설기준 위반하면 '과태료·형사처벌'
실내 공기질 관리·스프링클러 설치·폐수처리 정책기준 엄격 등 주목
2019.08.23 06:1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한해진기자] 미세먼지 증가로 인한 의료시설 내 공기 질 개선 정책과 의료기관에서의 빈번한 화재사고에 따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중소규모 의료기관 시설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병원들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각종 법령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데일리메디가 8월22일 코엑스에서 대한중소병원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의료기관 시설포럼’에는 다수의 중소병원 관계자들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실내 공기질 관리기준 개정과 관련해 환경부 생활환경과 박은혜 사무관[사진]은 “의료기관은 2003년부터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돼 ‘실내 공기질 관리법’ 적용을 받게 됐다”며 “일정 연면적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은 실내 공기질에 관한 주기적 교육 및 지자체의 검사 대상이 되며 자가 측정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에는 행정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실내 공기질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실내 공기질 오염도검사 결과 보고체계를 마련하고 공개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은 공기 질 유지기준을 초과할 경우 그 결과가 반드시 공개된다. 의료기관은 입원진료병상 100개이상, 연면적 2000㎡이상의 시설이 포함된다.
 
관리 대상 오염물질은 PM10, PM2.5, CO2, 폼알데하이드, 총부유세균, CO2 등 총 6개항목이며, 권고기준에는 이산화질소, 라돈, 총휘발성유기화합물, 곰팡이 등 4개 항목이 포함된다.
 
의무 사항으로는 ▲실내 공기질 관리기준 준수 ▲오염물질 방출 건축자재 ▲실내 공기질 자가측정(유지기준항목은 연 1회, 권고기준항목은 2년 1회) ▲교육 이수(1년 이내 신규교육, 3년 이내 보수교육) 등이 포함된다.
 
또한 유지기준을 초과할 경우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 개선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건축자재를 사용할 경우에도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교육을 이수하지 않거나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은혜 사무관은 “의료기관과 어린이집, 국공립 노인요양시설과 전문병원을 비롯해 산후조리원 등은 오염물질항목 유지기준이 다른 다중이용시설보다 높다. 또 시·도지자체의 경우 지역환경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강화된 유지기준을 제정할 수 있으므로 확인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안전은 흥정 대상 못돼, 소급 설치시 간이스프링클러로 대체 가능”
 
의료기관 대상 소방시설법령 개정내용과 관해 소방청 화재예방과 윤태균 제도1계장[사진]은 “소방시설과 관련해 스프링클러 설치에 대한 불만이 많으신 걸로 안다. 욕 먹을 각오하고 왔다”며 “그러나 안전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태균 계장은 지난해 1월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 직접 인명구조를 위해 나선 경험이 있다.

그는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어 1차로 초기진화에 실패하고, 가연성 실내장식물로 인해 2차로 연소가 급격하게 확산됐으며, 중앙계단 방화구획 미비 및 방화문 유지관리 미흡으로 열과 연기가 차단되지 못하는 등 단계별 안전시설 부재로 대형 참사가 발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프링클러 설비만 확보했더라도 초기 진화에 성공해 환자와 의료진 등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 일본 소방법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당시에는 건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면적을 기준으로 법이 적용됐으나 최근에는 시설 중요도에 따라 차별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시설법령 개정내용에 따라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춰야 하는 의료기관은 600㎡이상 요양병원에서 600㎡이상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으로 강화됐다.
 
또한 600㎡미만 병원급 의료기관과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등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하며 자동화재 속보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밖에 커튼, 카펫 등 제조 또는 가공 공정에서 방염처리한 물품 및 건축물 내부 천장이나 벽에 부착 및 설치하는 합판과 목재, 간이칸막이, 방음재 등의 방염이 권고된다.
 
윤태균 계장은 “이들 설비는 소급을 원칙으로 2022년까지 적용돼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만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스프링클러의 경우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소급 설치 시 조기 진화에서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는 간이 스프링클러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스프링클러 설비의 원활한 소급 설치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재정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소방청도 이에 협업할 것”이라며 “소방시설 관련 정책을 잘 알리고 현안을 함께 논의하기 위한 상설협의체를 구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결 않고 병원 대상으로 규제만 강화되는 실정" 불만 표출
 
의료기관 시설관리와 관련해 세종대학교 건축공학부 성민기 교수[사진]는 “실내공기질 관리법 대상 의료시설수는 지난 2013년 이래로 17% 증가했다”며 “의료기관은 자가측적의무가 없는 공중이용시설을 제외하고 어린이집과 실내주차장 다음으로 대상 시설 수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료시설은 다양한 용도의 공간이 한 건물에 집약돼 있으며 면역력이 낮거나 감염 전파 위험이 있는 이용자가 있는 만큼 높은 실내환경 수준이 요구되며, 용도 변경 등을 대비해 설비 변경도 용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칙상 기계환기설비의 유지·관리에는 매년 필터교체와 환기덕트 점검, 환기설비 청소(3개월), 매주 급배기량 점검 및 청소, 보수 및 수리 등 다양한 작업이 요구된다.
 
건물 리모델링 등 공사에 의한 오염물질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성민기 교수는 “공사 전 진료과, 병동 및 감염관리과 등과 대응팀을 구성하고 공사 중 벽 내부와 공조기 내부, 가구류, 설비 배관 등의 오염물질(곰팡이 포자 등 )의 비산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며 “공사구역에 먼지필터가 장착된 음압기를 설치하고 공사 후에도 감염병 발생 감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올해 10월부터는 수탁처리폐수 전자인계인수관리시스템이 의무화된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전문 처리업체에 위탁했던 병원들이 인수인계를 전자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 안사이 차장은 “의무사항 위반 시 6개월 이내 영업정지 및 100만원 이내 과태료가 부과된다”며 “과태료는 징수의 목적이 아니라 해당 정책의 효과적 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의료기관 시설기준 강화에 현장에서는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럼에 참여한 모 중소병원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공기 질이 저하되고 있는 것인데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병원 내부 시설 기준만을 강화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와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용도의 건물이 여러 채인 경우 기준이 무엇인가', '면적 당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이 달라지는가' 등의 질문이 제기됐다.
 
또 다른 참여자는 “부산의 경우 마스크 지급, 필터 교체비 지급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고  있으니 웃지 못할 노릇”이라며 “미세먼지 문제 해결 없는 규제 강화는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부 박은혜 사무관은 “공기 질 관리 정책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로 현장의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미세먼지에 대한 여론 관심과 대책 마련 요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국민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정부 입장도 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올해 말 미세먼지 종합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제안을 주면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성은·한해진 기자 (sage@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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