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전면전 선언 의협···내부서는 총파업 회의론
전공의協·지역병원協 등 힘 보태, 투쟁 방향은 직역별 '온도차' 감지
2019.08.19 12: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또 다시 원격진료가 도화선이 돼 의료계 내 총파업 '불씨'가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의사 대표자들도 심기일전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총파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8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하고 문재인 케어 반대를 기치로 의료개혁 투쟁을 외쳤다. 그 중심에는 2014년과 마찬가지로 원격진료가 있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대표자들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비판하며 투쟁에 힘을 싣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최근 당직 근무 중 죽음을 맞이한 31세 故신형록 전공의의 안타까운 사연을 환기시키며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해당 전공의는 그저 아이들이 좋아 봉사활동을 줄곧 해오며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했고 환아 곁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했을 뿐”이라며 "얼마나 더 많은 죽음으로 증명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지금 정부는 재정적 지원이나 보상 없이 과중한 노동과 희생만을 의사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의료인들의 건강은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례로 지난 2016년부터 시행된 전공의법을 들여다보면 주당 최대 수련시간 80시간은 근로복지공단의 과로 기준인 60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시간이다.
 

이 회장은 "휴게시간 조차 보장되지 않은 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법이 시행되고 3년째 이지만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기형적인 의료의 바로미터"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양심적 진료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비겁한 행태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 하겠다"며 "1만6000명의 전공의들은 의료개혁을 위해 주체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는 지역병원의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지역병원협의회 이윤호 회장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라, 수술실 공기정화 장치를 설치해라, 의료기관을 인증해라, 안전관리 기준을 지켜라, 감염 관리 잘해라 등 자고 나면 하나씩 규제가 생기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규제를 했으면 재정에 대한 대책을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실에 맞지 않은 수가를 가지고 모든 경비를 병원이나 의원에 미루는 행위는 책임 전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대정부 투쟁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 회장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투쟁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이제 의업에 막 뛰어든 전공의들을 위해, 아무 것도 모른 채 의대에 입학한 후배들을 위해 어려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진료·만설질환관리제 참여하면서 원격진료 반대, 납득 어려워"

하지만 총파업을 비롯한 의협의 대정부 투쟁 행보에 강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의협 집행부가 거듭 총파업에 대한 뜻을 천명하고 있지만 과연 내부에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정부 투쟁에 돌입함에 있어 싸워서 '이겨야'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주 회장은 "전국의사대표자대회라고 하면 싸울 것이냐 말 것이냐부터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 년 전 파업에 돌입했을 때보다 의사 회원들의 참여는 더 줄어들고 더 무관심해지는 듯하다"고 씁쓸해 했다.
 

특히 원격진료에 대한 의협 집행부의 방향성을 두고 날선 시각을 드러냈다.


주 회장은 "원격진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 방문진료, 만성질환관리제 등 원격진료와 모두 연관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모든 제도가 시행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협이 원격진료를 반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상징적인 투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 회장은 더욱이 "의료개혁투쟁위원회가 지난 수개월 간 열심히 했다고 하는데 결과물이 없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는 해산 권고안까지 내놓았다"며 "실제로 투쟁을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도 대정부 투쟁에 있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장 회장은 "의협의 전문가적 주장은 의사들을 위한 것과 다른 하나는 국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병행되지 않으면 국민들 마음에 의사들은 자기들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익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의사들이 거리에서 투쟁할 당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며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과 파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만이 투쟁의 상징인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환기시켰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계속해서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저수가는 더 심화됐고, 중소병원은 도산 위기에 있으며 의원급은 1년에 1000곳 이상씩 문을 닫고 있다"며 "그런데도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회장은 "의협 집행부의 냉철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집행부는 정부가 의료계를 기만해 왔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회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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