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잘못이 없는 병원을 상대로 진료비 구상권을 행사해 빈축을 사고 있다.

건보공단의 구상권 청구 남발이 여전하다는 지적과 함께 의료기관 억울함을 풀어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지방의 한 재활의료기관이 입원환자 추락사고와 관련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구상권 청구를 받았다. 

사건은 지난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1m 높이의 유리 난간을 넘어 우수관으로 내려가던 중 추락했다.

해당 환자는 요추·골반‧늑골 골절, 비장 손상 등 큰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이후 환자 측은 병원의 시설관리 미흡과 간호사의 업무상 과실을 주장하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병원이 가입한 시설배상책임보험사도 ‘시설물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간호사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간호사는 3층 테라스 앞에서 환자를 만나 병실로 돌아갈 것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고, 잠시 다른 업무를 보는 사이 환자가 테라스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법원은 간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즉시 항소했지만 고등법원 역시 원심에 오류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심 법원의 항소 기각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사건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자 진료비에 대해 병원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법원 판결과 상반되는 ‘병원의 공작물 설치 또는 보존하자로 환자가 부상을 입게 됐다’게 구상권 청구 배경이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제3자 행위로 사유가 발생해 진료비가 지급된 경우 건보공단은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건보공단이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은 해당 사고에 책임 있는 자가 건강보험 적용으로 책임을 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때문에 진료비 발생 귀책 사유가 분명히 규명된 판결, 형사처벌, 행정처분 내용에 기반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병원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면책이 인정됐고, 간호사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건보공단은 해당 병원에 환자 치료비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다.

한 재활병원 관계자는 “규정에 맞춰 높게 설치된 난간을 넘어 우수관으로 내려가다 추락했는데 그것까지 병원에 책임을 물으면 어떻게 병원을 운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건보공단의 무리한 구상권 행사로 병원들 고충이 커지고 있다”며 “구상권 청구 기준을 강화함과 동시에 억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구상권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 예방책 일환임을 강조하면서도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구상권 청구가 반드시 판결이나 형사처벌, 행정처분 등이 내려진 이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사건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서 1,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 구상권은 그 이전에 청구됐을 수 있는 만큼 귀책 사유가 분명히 입증될 경우 청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