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진단과 처방 보조를 넘어 의무기록 작성, 보험 심사 등 의료현장의 실질적인 행정 업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고태훈 교수는 최근 열린 서울시병원회 ‘제45차 병원 CEO 포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의무기록 자동화와 챗봇 도입 등 의료현장의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고태훈 교수는 이번 강연을 통해 AI 부작용을 막기 위한 ‘인간 참여형(Human-in-the-loop)’ 협업 체계와 의대 수련 교육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의 최신 동향과 실제 병원에 도입된 AI 응용 사례, 향후 해결 과제 등을 집중 조망했다.
그는 알파고 등장 이후 AI 일치율이 프로기사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된 바둑계 사례를 제시하며 “AI를 적극 활용하는 주체가 앞서가는 현상은 의료계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진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현장 특화 AI 솔루션들을 대거 공개했다.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실시간 음성 인식해 SOAP(주관적 진술·객관적 소견·평가·계획) 형식으로 변환하는 ‘차트 자동 생성 AI’가 소개됐다.
이어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부족 문제에 대응해 가이드라인 기반 검사 추천 및 유사 증례 검색을 제공하는 챗봇 ‘해마 어시스트’도 조명됐다.
이 외에 중환자실(ICU)의 실시간 활력 징후와 간호기록을 통합 요약하는 AI 시스템, 가정 호스피스 환자의 통증을 1차 평가하는 ‘AI 완화 도우미’ 등이 소개됐다.
특히 행정 업무 효율화를 위한 ‘보험 삭감 이의신청 자동화 POC(개념증명)’ 사례가 큰 주목을 받았다.
보안 강화를 위한 이 시스템은 사건 1000건당 약 13만원의 낮은 API 비용과 합리적인 서버 운영비로 이의신청 승소 가능성을 분석해 우선순위를 지정해 주는 게 특징이다.
해외 선진 규제 및 실증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 유타주에서 진행 중인 ‘의사 비개입 192개 만성질환 처방전 갱신 AI 시범사업’의 경우 AI가 전체 요청의 72%를 즉시 처리하고 이 중 91%의 정확도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태훈 교수는 의료 AI의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윤리적·기술적 과제로 데이터 편향성, 환각 현상, 설명 가능성 부족을 꼽았다.
특히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신규 의료진 세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네버스킬링(Neverskilling, 기술 미습득)’ 문제를 경고하며, 이에 맞춘 의대 커리큘럼 개편을 제언했다.
고태훈 교수는 “의료 AI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개발부터 실무 모니터링까지 전문가가 개입하는 ‘Human-in-the-loop(인간 참여형)’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반복적 행정 업무를 전담하고 인간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켄타우로스’ 및 ‘사이보그’형 협업 모델을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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