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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직종의 보건의료인력에 대해 의료기관이 ‘적정한 수준’ 인력을 채용토록 규정하는 법안이 입법 물살을 타고 있다. 법안이 최종 통과한다면 병원계 인력기준 준수 의무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해당 사안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뿐 아니라 간호사·임상병리사·물리치료사·영양사·응급구조사·방사선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직능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으로 입법을 위한 첫 발을 뗐다.
이를 주도하는 국회의원은 약사 출신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서영석 의원이다. 서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인력 기준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발의 계획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영양사협회·대한치과위생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물리치료사협회 측이 참석했다.
이날 서영석 의원은 “의료현장에서 적정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다”며 “충분한 인력이 있어야 환자를 제대로 살피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제공할 수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적정인력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기준이나 현장 인력부족과 과중한 업무는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제 개별 의료기관과 종사자의 희생에 기대지 않고 직종별 적정인력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인력기준 제도화 범국민서명운동본부는 지난 3개월간 보건의료인·환자·보호자 총 12만9592여명(지난 8월 28일 기준)이 참여한 서명지를 서 의원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장의 절실한 요구”라며 “개정안은 의료인에게 보다 안전히 일할 수 있는 환경 및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보건의료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획일적으로 수정해선 안 되고 기준 준수하는 의료기관에 합당 지원”
3일 저녁 기준 아직 법안이 국회에 접수되지 않았지만,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에 대한 국가 책무가 주 내용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범국민서명운동본부 측은 법안 방향성에 대해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의료체계에서 의료기관 규모, 유형, 진료과목, 환자 중증도·특성 등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크게 달라지므로 보건의료인력 기준 역시 획일적으로 숫자를 정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운동본부는 “환자 특성·중증도, 의료기관 종류·규모, 진료과목과 업무특성, 직종별 근무형태와 교대제,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質) 등 모든 요소를 종합해 직종별·기관종별 적정인력기 기준을 마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서류상 정원이 아닌 실제 근무 인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력기준을 법으로 정한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겨선 안 된다”면서 “국가가 교육·양성·배치·지역별 수급·재정지원 등을 마련하고, 적정인력을 확보해 기준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에는 합당하게 지원하고 이를 의료기관 평가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 측은 이와 관련, 신중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 열린 ‘보건의료 적정인력 기준의 필요성과 제도화 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정부 측은 “규정과 현실 사이 괴리를 고려하면 법제화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김승일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법제화만으로 다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일례로 MRI 설치 관련 기준에서 영상 품질 관리를 위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필수로 두게 하고 있지만, 정작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화가 반드시 정답일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다양한 경제적 유인까지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법안이 발의돼 통과까지 이른다면 지난 8월 국회를 최종 통과한 ‘간호법’ 개정안에 더해 병원계 인력 채용 의무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간호법 개정안은 간호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했으며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를 명시하고 간호사 배치현황 공개 의무를 의료기관에 부여하는 내용의 간호계 숙원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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