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감 큰 건보공단 특사경법 '제동'
법사위, '계속심사' 결정…국회‧경찰청 등 전방위 설득 성과
2023.12.15 05:44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초미 관심사였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다시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그동안 병원계를 포함 의료계 저지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됐다.


물론 제21대 국회 종료까지 5개월 정도가 남은 만큼 아직 장담은 이르지만 법사위에서 쟁점 법안 통과율이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입법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는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를 골자로 하는 사법경찰관리법 개정안을 논의한 결과, 계속심사키로 했다.


계속심사는 의결되지 않은 안건을 다음 회기로 넘기는 것으로 ‘보류’에 가까운 개념이다.


특사경법은 사무장병원·약국 불법개설 범죄에 한해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추진됐지만 회기를 넘기며 자동폐기된 바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서영석, 김종민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법사위에서 2년 넘게 표류 중이다.


특히 2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금 법사위 제1소위원회에서 ‘보류’ 결정이 내려지면서 추진력을 잃은 모양새다.


이는 대한병원협회를 위시한 병원계의 전방위적 노력의 결과다. 건보공단 직원들의 무분별한 수사권 행사를 우려한 병원계는 그동안 개정안 저지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병협은 이상덕 대외협력위원장을 중심으로 국회는 물론 법무부, 경찰청, 대한변호사협회 등 정부기관과 유관단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설득 작업을 벌였다.


무엇보다 막무가내식 반대가 아닌 제도 도입이 초래할 여러 부작용을 논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실제 대한병원협회는 불법 의료기관 근절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건보공단 직원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과잉적 소지가 큰 만큼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돼 있는 상황에서 비공무원인 건보공단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의료기관 현지조사 과정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건보공단에 수사권까지 부여될 경우 무분별한 권한행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병원협회는 “현행 제도로도 복지부와 지자체의 충분한 경찰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수사권 추가 부여 보다는 담당공무원 증원 등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병원계 주장에 경찰과 변호사도 동조했다.


경찰청은 “비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사면허 불법 대여 관련 수사에 건보공단의 전문성과 대표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횡령·배임 등 형법 위반 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수사가 필요한 영역인 만큼 일반사법경찰관이 수사하는 게 수사목적 달성에 더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현행법상 복지부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으로 공단 직원에게까지 사법경찰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수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에게 사법경찰권 부여를 확대할 경우 인권침해 및 공권력 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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