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서 배제, 형벌 받는 기분'
원장들, 복지부 과장 비판 '십자포화'···상급종합병원장도 불만 피력
2019.09.28 07: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파장이 만만찮은 분위기다. 중소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모두 우려와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특히 의료전달체계 핵심인 의뢰, 회송과 관련해서는 ‘2차 병원이 실종됐다는 지적과 함께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7일 오후 7시부터 개최된 ‘2019 경기도병원회 이사회에는 특별연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오창현 과장의 발표를 듣기 위해 병원장 22명이 참석했다.
 
경기도 지역 대학병원은 물론 종합병원, 중소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별 병원장들의 관심사는 단연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이었다.
 
이들 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 발표자인 오창현 과장에게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윌스기념병원 박춘근 원장은 의료전달체계에서 2차 병원은 실종됐다의뢰 및 회송 대책에서 중간단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직접 환자를 보내는 게 아니라 2차 병원을 거치는 구조가 돼야 한다중소병원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병원 쏠림현상 책임을 의료기관에만 전가시키려 한다는 불만도 상당했다. 환자들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본제일병원 강중구 원장은 선택진료비 폐지와 상급병실료 급여화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의 기폭제가 됐다경증환자에게 상급종합병원 접근이 너무 쉬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결국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을 더 높여야 함에도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는 접근성 제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일침했다.
 
윌스기념병원 박춘근 원장은 상급종합병원들에게만 경증환자를 진료하지 말라고 압박할 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무분별한 상급종병 이용시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인메디병원 류은경 이사장은 요즘 형벌을 받는 기분이라고 호소하는 병원장도 있을 정도로 정부의 중소병원 한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전달체계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작금의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일정부분 의료기관 선택 제한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원장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고대안산병원 최병민 원장은 지금 대학병원들은 경증환자 비율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경증질환 비율이 높은 피부과, 내분비내과, 안과 의사들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진료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증도 강화가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성빈센트병원 안유배 의무원장은 현행 의료법상 진료거부권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게만 중증도 강화 책임을 묻는 것은 곤란하다내원 환자를 어떻게 돌려 보내느냐고 반문했다.
 
원장들의 십중포화에 보건복지부 오창현 과장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오창현 과장은 정책 변화에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받게 되는지 다시금 절감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제기된 우려들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인 중증도 질병군 분류와 관련해서는 진료과 특성까지는 감안하지 못했다. 솔직히 이번 4주기는 어렵고, 5주기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경기도병원회 정영진 회장은 병원장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뺀 오창현 과장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며 보다 합리적인 의료정책을 주문했다.
 
정영진 회장은 모든 직능과 모든 직역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정책과 제도가 진일보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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