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짜는 '소아진료체계' 반발하는 학계
동네의원-달빛어린이병원-소아응급센터 체계 구상…'현실성 떨어져' 비판
2015.02.27 20:00 댓글쓰기

정부가 외래부터 야간응급까지 소아환자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전반을 한꺼번에 손대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 확대를 천명했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설치 및 운영을 위해 세부 기준들을 최근 마련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의원급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2·3차 병원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주관해서 개최한 '소아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여론이 확인됐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운영기준을 내포하고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 공포까지 15일여정도 남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이해와 개선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응급의료과 서민우 사무관은 개정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소아환자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부의 큰 그림을 개괄적으로 제시했다.

 

서 사무관에 따르면 정부는 경증과 중증을 분리하고 외래와 야간, 응급진료체계를 갖춰 소아환자들의 건강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제도들을 마련하고 확대・시행해나갈 방침이다.

 

경증환자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야간진료 공백을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지정으로 해소하고, 소아중증질환에 대한 주야간 및 휴일진료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설립해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비난과 개선요구가 빗발쳤다. 경증과 중증 구분을 보호자가 사실상 하기 어려운데다 달빛어린이병원 혹은 종합병원급 이상에 설치된 소아응급센터로의 환자 쏠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참석자들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운영기준에 대한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을 두고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거나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등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장 큰 쟁점은 전달체계 확립과 인력확보를 포함한 운영 사안이었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양혁준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는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아응급센터로 경증환자가 몰려오는 시스템을 되레 지원하는 격"이라며 "야간, 주말, 휴일 진료에 1, 2차 병원이 참여할 수 있는 전달체계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응급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인력확보가 가장 어려울 것"이라며 "교수들조차 다른 길로 들어서는 판국에 최소 4명의 전담의와 10명이상의 전담간호사를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빅5병원조차 수개월간 전문의 1명을 추가하지 못해 결원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병원은 차치하더라도 지방병원 현실은 더욱 열악-제도 발상전환 절실"

 

지방병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울산대병원 류정민 소아전문응급실협의회장은 "근무조건이 수도권 센터 내 6명, 연봉 1억5000만원이라야 전문의가 지원하는 현실에서 지방은 2억원을 준다고 해도 안가는 세상"이라며 "악순환에 운영을 포기하는 병원이 속출할 것이다.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간절함을 전했다.

 

간호인력과 시설문제, 정부 지원 형태와 규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소아전문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 10곳조차 시설 및 인력기준을 지키기 어렵고, 커지는 적자폭과 부족한 정부지원에 시설 확충을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영서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장은 "아산병원조차 소아중환자실 운영하며 1병상 당 연1억7000만원 총 40억원이 적자"라면서 "더구나 중환자실에 소아용 베드 3개를 비워야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해야한다면 병원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수가든 지원이든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 사무관은 "수가를 올리는 등 현실화를 위해서는 건정심에서 가입자단체를 설득할 논리와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단시간에 해결은 조금 어려울 듯하다. 정량화된 의견과 데이터를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의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기준으로 수가 등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며 평가에 다른 수가 차등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설 확충 등은 복지부 차원에서 융자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토론자를 비롯해 토론회에 참석한 일선 병원 관계자들은 현실적 어려움과 수가 등 지원의 열악함을 피력하며 면밀하고 실현 가능한 기준 마련 검토를 거듭 부탁했다.

 

하지만 개정령안 입법예고기간이 보름도 남지 않아 그 안에 설치기준 및 수가지원방안이 마련되기에는 시일이 촉박해보여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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