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포함된 '어린이재활치료'
고재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기획조정실장
2017.05.16 05:56 댓글쓰기

“환자들이 다니지 않는 건물 3층은 낮에는 불을 꺼두고, 손 세정제나 휴지는 기부를 받아씁니다. 아낄 수 있는 것은 다 아끼고 있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고재춘[사진] 기획조정실장이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어린이의 치료를 위해 푸르메재단이 시민, 기업,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4월 설립한 의료기관이다. 넥슨이 200억원, 서울시가 85억원을 보탰고, 25만명의 시민 기부로 430억원이 모여 지어졌다. 병원 부지는 마포구가 제공했다.


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애 진단에서 자립 지원까지 통합형 어린이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연인원 기준 3만6000여명이 병원을 찾았고, 현재 대기자만 400여명에 달한다.


많은 부모들이 병원을 찾고 있지만 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어린이 재활치료 건강보험수가가 낮은 탓이다.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다른 병원보다 치료비를 무려 80% 낮게 책정해서 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성인과 달리 1대 1 치료를 해야 하는 어린이 재활치료 특성 상 3년 이상 숙련된 치료사 인건비를 지급하고 나면 운영비가 턱 없이 모자란다. 


고재춘 기획조정실장은 “감가상각비용까지 더해 작년 30억, 올해도 48억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운영비 보조금과 기부금으로 적자를 메꾸고 있지만 치료 질(質)을 높이고 지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고재춘 실장과의 일문일답.


Q. 구조 상 앞으로도 적자를 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가     


어린이병원비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자체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건보수가 기준으로 1년에 1200억원이면 장애 어린이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기금 형태로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


지적·자폐성 발달장애의 경우 건강보험, 의료실비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 100% 본인부담인데, 취학 전 아동 치료만이라도 실비보험으로 보장해야 한다. 국가가 나서야만 한 달에 300~4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비 때문에 부모가 합의이혼을 하거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전락하는 등의 선택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해 줄 것으로 믿는다.  


Q.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포함됐는데  


어린이재활병원은 더 많이 생겨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설립이 아니라 운영이다.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재활치료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포퓰리즘 논란도 나오지만 조기에 재활치료가 이뤄지면 장애 어린이가 성인이 됐을 때 국가가 책임져야 할 비용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활치료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팔을 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팔을 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려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Q.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는 어떤 치료가 이뤄지나   


의료·사회·직업 재활을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통합형어린이재활병원이다. 단순한 치료를 넘어 장애어린이가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의료진 9명이 협진을 통해 전문적인 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진료시간은 환아 1명 당 최소 30분으로 하루에 8명 이상 진료하지 않는다. 의사가 환자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부모 상담도 함께 이뤄진다.


치료계획은 패밀리컨퍼런스를 통해 수립한다. 입원, 낮병동 환아를 대상으로 보호자를 중심으로 의료진과 치료사, 의료사회복지사가 한 자리에 모여 치료 내용과 과정, 생활관리 등 치료 전반적 내용에 대한 전문가들과 논의한다.


Q. 병원 개원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측면이 있다면


병원 건립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1년 만에 열렬한 지지자로 바뀌었다. 스포츠센터, 카페, 도서관, 직업재활센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전시회, 공연에 함께 참여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장애인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도 사라졌다. 병원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Q. 올해 중점 추진 사업은 


내달부터 이른둥이지원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대학병원 신생집중치료실(NICU)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신생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요한 경우 치료비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할 생각이다. 진료부장이 각 대학병원 담당자들을 만나 사업을 설명하고 직접 참여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도 준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


흑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자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 때 적절한 진료 및 의료서비스를 활용해 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생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 숙련된 치료사를 확보하기 위해선 기부자들의 작지만 꾸준한 기부의 손길도 필요하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